괜찮아 상처도 꽃잎이야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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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삭막한 세상에 사랑이 없었다면...

그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이 없었다면...

지구별 인간은 사라졌을 지도 몰라요.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만드는 건 역시 사랑이죠.

근데 요즘은 인간의 형상을 한 가짜들이 너무 많아요. 인간인 척 하면서 몹쓸 짓을 하는.

이정하 시인의 시는 오직 사랑이에요. 변함없이 그 사랑을 노래해주는 시인에게 고마워요.

사랑이 아름다운 건 그 순수한 마음 때문이에요. 마음이 시가 되어 우리에게 전해질 때 뭉클해져요.


"당신을 사랑하느라 길을 잃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가끔 삶이 비틀거려도 그것마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믿었었다.

나에게는 사랑이 그래. 당신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내가 나에게 다독거리는 거지. 내 몫의 아픔을 정직하게 받아들이자고.

당신을 사랑하는 한, 포기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고 있는 한 

상처도 꽃잎이야."  - 2019년 가을 이정하   


어릴 때는 사랑이 오직 어떤 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세월이 흐르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알고나니, 내 마음이 곧 사랑이란 걸 알게 됐어요.

사랑으로 바라보면 세상은 온통 당신뿐인 걸.


너의 문 앞에서 / 너를 생각하다가 / 길이 되어 당신께로 / 사랑의 형벌 / 숲 / 이 저녁, 당신은 평온한가요? / 가난한 사랑을 위한 시 / 사랑이 요구하는 건 / 능소화 / 네 마음의 비밀번호 / 남겨진 자리에 / 어디까지가 그리움인지 / 꽃잎, 낡은 별로 지다 / 기다림의 의미 / 낙엽의 위로 /  아프지만 / 너 없이도 / 텅 빈 무대 / 청춘의 나에게 보내는 경고 / 바람과의 동행 / 그 소년은 어디로 갔을까 / 동성로에서 / 그해 여름 / 나는 강도다 / 관심 / 울고 있는 소녀에게 / 우린, 저마다의 별빛으로 빛난다 / 사랑이 지면 / 차이 / 사랑엔 용기가 필요하다 / 가랑비 / 사랑, 그  외로움 / 공복 / 바보 같은 사랑 / 기다린다는 절망 / 배반 / 침을 뱉자 / 유리벽 / 단풍잎 사랑 / 혼자 서 있는 나무 / 사랑한다는 것은 / 만남 / 이미 사랑하고 있다 / 꽃구경 / 천만에 / 사랑이 부족했던 건 아니야 / 이루어질 리 없는 염원 / 고백 / 핑계 / 화목난로 / 누구를 위한 사랑인가 / 미안해 / 사랑이란 묘약 / 신호음 / 슬픔의 무게 / 사랑이 있는 한 / 가을이 와서 / 밥상 / 옥계바다 / 죽기 살기로 / 담벼락 아래서 / 어떤 꽃으로 필래? / 삶은 미로다 / 은밀하게 / 박쥐 / 마음향기/ 연 / 속이 보일 때 / 작별은 가볍게 / 가시 / 한밤 가로등 / 외사랑 / 너에게 바란다 / 사랑의 이율배반 / 다 타기 전에 / 하루 종일 비 오는 날 / 왈칵 눈물이 / 사랑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 사랑법 / 본다 / 떠나고 나면 / 기억과 망각 / 여명


시집 속에 들어 있는 시 제목들이에요. 제목만 나열해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어요. 사랑으로 인해 삶은 시가 되었네요.

그 중 <나는 강도다>는 87세 엄마에게, 시인은 돈에 곤궁한 막내아들이자 애처롭고 딱하고 아픈 손가락이에요. 

마지막 연은 "나는 당신의 강도입니다. 한평생 내어주고도 얼마나 더 내어 주시렵니까. 꼬깃꼬깃 아껴둔 노인연금까지 빼앗아 가는 나는 당신의 강도입니다." (51p)예요.

저도 엄마의 사랑을 깨닫고 철이 든 것 같아요.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질 때, 뒤돌아보니 거기에 엄마가 계셨어요. 처음부터 쭉-  그 자리에서 늘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있었어요. 무심한 자식은 저 힘들고 괴로울 때 그제야 엄마를 찾네요. 늘 내어주고도 더 주고 싶어하는 엄마의 사랑 앞에 나 또한 부끄러운 강도였네요.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엄마의 사랑에는 한없이 부족하기만 하네요.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화수분 같은 엄마의 사랑 덕분이었어요. 사랑의 마음을 측정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어요. 누가 더 많이 사랑하는지. 그걸 시인은 <차이>라는 시를 통해 알려주네요. 그 차이는 슬픔의 시작이지만 안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어요. 사랑하지 않는 일은 불가능해요. 어떻게 사랑하지 않고 살 수 있겠어요. 

괜찮아요, 상처도 꽃잎이에요. 꽃이 피고 지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사랑의 향기는 영원히 남는 것 같아요.



차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일이 가능할까?

물고기 없이도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물과

물 없이는 한시도 살아갈 수 없는 물고기

그 차이가 바로 내 슬픔의 시작이야      (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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