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얀네 S. 드랑스홀트 지음, 손화수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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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119p)

제발....

주인공 잉그리 빈테르, 그녀는 정말 왜 그러는 걸까요.

자상한 남편 비외르나르와 함께 세 아이를 키우는 그녀는 워킹맘이에요.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회의를 너무나 싫어해서 학과목 코디네이터 자리에서 밀려났어요. 

뭐, 그런 것쯤은 대수롭지 않아요. 오히려 막내의 유치원 행사에 늦는 게 걱정이죠. 제일 신경쓰이고 힘든 일은 학부모 회의에서 정한 '친구 모임'을 자신의 집에서 해야 한다는 거예요. 정신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을 돌보는 건 너무나 지치는 일이죠. 괜히 퀴즈 대결에서 1등을 한 사람에게 특별 상품을 준다고 말했다가, 이것도 우발적인 발언이에요. 준비된 선물도 없으면서. 상황을 모면하려다가 일을 더 키우는 스타일인지도 모르겠네요. 

매번 그녀가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 안타깝게도 남편은 곁에 없었어요. 늘 침착하고 야무진 남편이라면 저지를 리가 없는 실수들.

이번에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말았네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새집 계약을 한 거예요. 

원래 불행을 한꺼번에 몰려 온다고 했던가요.

학교에서는 황당하게도 악당 역할을 주도한 인물로 학과장에게 찍혔어요. 페터와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그 인간이 잉그리 빈테르를 주동자라고 소문을 낸 거예요. 그래서 학과장은 뜬금없이 그녀에게 대학 사절단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 가라는 지시를 내렸어요. 사절단으로 예정된 프랑크는 마치 그녀가 자기 자리를 뺏은 걸로 오해하며 화를 냈어요. 갑자기 러시아로 떠나게 된 그녀는 어떻게든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과 자매결연을 체결해야 할 임무를 맡게 됐어요. 학과장은 이 일을 잘 마무리해야 지금까지의 모든 과오를 덮겠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이 모든 상황들이 잉그리 빈테르, 그녀의 잘못이라고만 여겼어요. 하지만 점점 꼬여가는 상황을 보니 그녀는 희생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을 거라고. 그래요, 그건 운이 나빴던 거예요. 어쩌면 머피 법칙?  아니에요. 순진하고 착한 당신은 한 마디로 호구였던 거예요. 그것도 모르고 자기 탓만 했네요.

답답하고 짜증나다가 나중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오, 잉그리 빈테르~ 당신이 남 같지 않네요. 어느 순간 당신을 응원하게 됐어요. 노르웨이에도 속담이 있다면,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라고 표현했을 거예요. 착한 사람도 자꾸 당하다 보면 악당이 되는 거라고요. 잉그리 빈테르를 귀여운 악당으로 인정할게요.


잘생긴 푸틴이 양팔로 나를 감싸 안았다.

"당신은 한 마리 참새예요.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매 순간마다 소비해버리지요.

무지와 두려움과 당신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사람들에게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요?

당신이 진정으로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은 있나요?"  (3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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