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인터뷰
이재은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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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두둑 창문을 두들기며 비가 오면 왠지 슬퍼져요.

비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흐린 하늘과 축축한 비 때문이에요.

너무 식상한 표현이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눈물 같아서.

<비 인터뷰>는 이재은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라고 해요.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저마다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요. 읽고나서 알았어요.

아프다, 힘들다, 외롭다...

어쩌자고 다들 가슴 속에 무거운 돌을 안고 살아가는지.

이재은 작가님은 그 무거운 돌들을 채집하는 사람 같아요. 남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돌.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었다면 누구나 탐냈겠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저 돌들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요. 자신이 아프기 전에는. 

아파보지 않고서 아픈 이들의 마음을 공감하기는 어려워요. 가장 괴롭고 힘든 건 아픔 그 자체가 아니라 아픈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비록 소설이지만 가상의 인물이지만 분명 그 인물이 느끼는 감정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프고 슬펐어요.



"이 글 어떠냐? 바다를 본 적 없다고 해도 어딘가에 바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래는 사라지고 없었다. 규만은 잠시 멈칫했다.

"바다를 본 적 없다고 해도 어딘가에 바다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마음에 드냐? 응? 여기에도 네 이름을 달았다.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하다." 규만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람들이 얼마나 보게겠느냐고? 찾아주기나 하겠냐고?

쓸데없는 짓이 아니야. 아저씨는 바보가 아니다. 

분명히 보는 사람이 있고, 또리를 아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곧 정보를 공유해 줄거다."

규만은 소년이 아주 멀리 있는 것처럼, 소년 아닌 다른 이에게 말하는 것처럼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아침을 먹으러 가자. 따뜻한 국물을 먹자. 

비, 기죽으면 안 돼. 알았냐? 알았느냐고?"

딥. 딥딥. 딥. 딥딥. 딥. 딥딥. 딥. 딥딥딥. 디디디디비디비딥. 디비디비......

소년은 눈물 젖은 입술을 뻥긋거리며 어둠 속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규만을 바라만, 바라만 보고 있었다.

       - <비 인터뷰> 중에서     (60p)


울고 있는 소년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진짜 눈물을 멈추게 해줄 수 있는 건... 당장은 따뜻한 국물이 전부네요.

소년은 자신을 '비'라고 부르라고 했어요. 올해까지만. 내년에는 아닐 수도 있다고. 자신만의 언어로 딥은 예스, 딥딥은 노라고 했어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 건데 그게 그리도 어렵네요. 세상은 아직 소년의 언어를 몰라요. 

규만은 본 적 없는 바다를,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걸 믿으라고 말했어요. 무책임하게... 그러니 미안하죠. 하지만 나였어도 똑같이 말했을 것 같아요. 기죽지 말라는 규만의 말에 소년이 할 수 있는 말은 딥. 딥딥.

빗소리처럼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렇게 들릴테죠. 

언제쯤 소년의 언어를, 세상이 알아줄까요.

그 바다, 제발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소년의 눈물을 하릴없이 바라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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