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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거기에 있어
알렉스 레이크 지음, 박현주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11월
평점 :
설마 부부 사이에 그럴 수 있을까 싶다가도 뉴스에서 배우자 보험살인 범죄를 접하면 현실 공포를 느끼게 돼요.
오로지 보험금 때문에 배우자를 살인하다니, 이건 두 번의 살인이라고 생각해요.
믿었던 마음을 죽이고, 육체를 죽이는...
<여자는 거기에 있어>는 알렉스 레이크의 네 번째 소설이라고 해요.
부유한 집안의 여자 클레어과 가난한 남자 알피의 결혼생활은 거의 완벽하리만치 행복해요.
단 하나만 빼고.
아이를 낳기 원하는 클레어는 뜻대로 임신이 되지 않아 낙담했어요. 그래서 불임 치료 분야의 전문가에게 검사를 받았고 정상이라는 얘길 들었어요.
이제 남은 건 남편 알피가 불임 검사를 받는 거예요. 클레어는 당연히 알피가 허락할 거라고 생각했고 역시나 알피는 순순히 동의했어요.
세상에 이보다 더 다정하고 로맨틱한 남편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내에게 지극정성인 알피의 정체는 '거짓말쟁이'예요.
모든 게 다 거짓말, 굳이 진실을 찾는다면 돈과 욕망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어요. 완전 구제불능의 나쁜놈이에요.
알피는 클레어를 처음 본 순간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했고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어요.
그러니까 알피에게 클레어는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 로또복권 같은 거예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뿐이에요.
알피는 웃는 얼굴로 클레어를 대하면서 속으로는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지껄이며 분풀이를 하고 있어요. 결혼 후 풍요로운 삶을 누리면서 즐거웠던 시간이 지나자 점점 클레어의 모든 게 싫어졌어요. 그동안 클레어 몰래 웹사이트를 통해 하룻밤 만남을 즐겨왔는데, 이것도 문제가 생겼어요. 상대 여자가 너무 집착하며 들이대고 있어요.
지금 알피는 중대한 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재빨리 상대 여자에게 결별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 일이란 바로 아내 클레어를 이번 주 토요일에 죽일 거라는 거예요.
목요일 아침에 알피가 눈을 떴을 때, 클레어는 가고 없었어요. 저녁에는 클레어가 갑자기 고객 접대가 잡혔다며 전화를 했고, 알피 혼자 잠들었어요. 다음 날, 금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클레어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럴수가, 아내가 사라졌어요.
첫 장면에서 황량한 시골 도로를 운전하는 여자가 등장해요. 저 멀리 히치하이커가 보이자 운전자는 태워줄까, 말까 고민하는데, 점점 가까워지자 멈출 수밖에 없어요.
도로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완전히 알몸인 데다가 흙이 잔뜩 묻어 있는 거예요. 깜깜한 밤, 운전자는 드디어 여자의 얼굴을 봐요.
"당신......" 운전자는 입을 열었다가, 잠깐 뜸을 들였다.
"당신 그 여자예요?" (11p)
짐작했겠지만 알몸의 여자가 클레어예요. 도대체 클레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하필이면 알피가 살해 계획을 세웠던 그날 직전에 실종되다니.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어요. 알피, 저 나쁜놈은 아내의 실종을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작전 변경을 세우는 치밀함을 보이네요.
한편으로 답답했어요. 여자들은 왜 남자의 거짓말을 눈치 채지 못하는 걸까.
괜히 의심의 싹이 생겼어요. 여자에게 완벽한 남자란 완벽한 거짓말쟁이가 아닐까라는.
<여자는 거기에 있어>의 원제는 "마지막 거짓말 The Last Lie" 이라고 해요.
과연 누구의 어떤 거짓말일까요. 이 소설은 '사랑과 전쟁'의 스릴러 버전이네요.
배신과 분노의 끝을 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