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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소녀
세라 페카넨.그리어 헨드릭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평점 :
익명의 소녀.
왜 소녀일까... girl
이들은 분명 소녀가 아닌 여성인데.
소설 제목이 주는 의미가 궁금해요.
다 읽고 나니 더욱더.
"누군가를 정말 믿을 수 있는지 어떻게 알죠?"
마침내 내가 묻는다. 노아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신다.
그러고는 다시 내 눈을 들여다보는 그의 표정이 매우 진지해서
그가 아주 사적인 장소에서 답해주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런 질문이 필요하다면,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거겠죠." (284p)
이 소설은 숨막히는 심리게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주인공 제시카 패리스, 다들 제스라고 부르는 그녀는 스물여덟 살이고, 뉴욕 뷰티버즈라는 회사에 속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예요.
회사에서 일정표를 보내주면 고객이 원하는 예약 장소를 찾아가 메이크업을 해주고 있어요.
우연히 테일러라는 고객이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들었어요. 어떤 심리학 교수가 설문조사에 참여할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사례비로 500달러를 준다고. 문제는 지금 파티를 즐기러 가는데, 도저히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날 자신이 없다고. 음성메시지를 들어보니 일정은 내일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라는 것.
제스에게 500달러면 이번 달 집세에 큰 도움이 될 텐데.
'가끔은 충동적인 결정 하나가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 그런 일이 또 일어나는 건 싫다.' (21p)
그러나 제스는 모험을 선택했어요. 테일러를 대신해서 그 설문조사에 참가하러 간 거예요.
조수 벤 퀵은 실즈 박사님한테 먼저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고, 몇 가지 질문 후에 참가할 수 있다고 했어요.
제스는 조수 벤을 따라 214호실로 들어갔어요. 시험실은 널찍했고, 여느 도시의 대학에서 볼 수 있는 강의실이었어요. 첫 줄에 있는 한 책상에 노트북 한 대가 놓여 있고, 제스는 혼자서 설문조사를 하면 되는 거예요.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떴어요.
52번 피험자님, 실즈 박사의 윤리 및 도덕성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연구에 참여하는 순간 귀하는 비밀 유지 원칙을 지키셔야 합니다.
연구나 그 내용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명백히 금지합니다.
정답이나 오잡은 없습니다. 본능적으로 제일 처음 떠오르는 답을 솔직하게 써주시면 됩니다.
설명은 자세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해당 문제의 답을 완벽하게 작성하기 전까지는 다음 문제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되고 끝나기 5분 전에 알려드릴 겁니다.
시작할 준비가 되면 엔터키를 눌러주세요. (25p)
어떤가요? 당신이라면 이러한 설문조사에 참여할 의사가 있나요?
윤리 및 도덕성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
놀랍게도 제스는 꽤나 솔직한 답변을 했어요. 물론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죠. 세상에는 여러 유형의 거짓말이 존재해요. 중요한 사실만 쏙 빼먹는 거짓말이나 인생을 바꿀 만한 엄청난 거짓말, 그 어떤 거짓말이든 우선적으로 안전한 길을 택하기 마련이에요. 노트북 화면의 질문들은 처음에는 비교적 정형화된 내용이다가 점점 깊숙히 파고드는 내용으로 바뀌었어요. 어느새 제스는 자신도 모르게, 품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았어요.
소설은 제스와 실즈 박사, 두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요. 실즈 박사는 왜 제스를 피험자로 선택했던 걸까요.
실즈 박사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제스에게 넉넉한 사례비를 주면서 이상한 미션을 수행하게 만들어요. 제스는 돈 때문에 실즈 박사의 요구 대로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덫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아요. 실험실 안의 쥐, 제스를 보면서 딱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정신과 의사인 실즈 박사는 제스의 불안한 심리를 꿰뚫어 보고 있어요. 원래대로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어야 되는데, 그럴 수가 없어요. 실즈 박사는 제스를 놓아줄 생각이 없으니까.
실즈 박사는 우리에게 한 가지를 교훈을 줬어요.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라는 것. 끝까지 읽고나면 알게 될 거예요. 진실의 민낯.
마지막으로 제스의 생각이 옳았어요.
'결국 내가 의지할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요.' (391p)
'비밀은 한 사람이 간직하고 있을 때나 진정한 비밀이에요.' (489p)
제스에게는 그 선택이 옳았다는 뜻이에요. 모두에게 공정하고 옳은 일이란 참으로 드문 것 같아요.
각자의 사연을 알고나면 함부로 판단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섣부른 추측은 하지 말아야 해요, 지금 당장은. 비밀이 드러나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