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 이외수의 한 문장으로 버티는 하루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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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만으로, 읽게 되는 책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외수 작가님의 책은 하나의 이정표 같다고 느꼈습니다.

삶의 고비마다 굳건하게 서 있는 이정표.

이정표는 알려줄 뿐, 가야할 사람은 바로 나.

어찌 해야 하나, 어떻게 가야 하나, 고민이 한가득인데.

그러다 문득 이정표가 있어서 든든해지는 마음, 힘내서 가보자고 주먹 불끈 쥐어 봅니다.

하악하악...아불류 시불류...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뚝, 존버...

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근래 어느 연예인의 죽음을 보면서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에게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너는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니까, 이정도 악플은 견디는 게 당연한 거야.'라면서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해 일말의 반성도 없었습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그걸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상대방에게 쏟아붓는 욕설은 폭력이며 범죄입니다. 얼굴은 드러내지 않은 채 겨우 댓글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앞으로도 그들은 변함없이 비열하게 하던 짓을 계속할테지만 언젠가는 자신들이 한 만큼 돌려받기를 바랍니다.


헤아리지 못해도 

비웃지는 말자


사람들은 옆으로 걷는 게를 보고

똑바로 걷지 못하는 미물이라고 비웃지만

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걷는 것이

똑바로 걷는 것이다.

 

다리가 두 개뿐인 사람이

다리가 열 개나 되는 게의 입장을 

쉽게 헤아릴 수는 없겠지.

 

하지만 쉽게 헤아리지는 못하더라도

쉽게 비웃지는 말아야 한다.   (35p)


이외수 작가님의 문장은 가슴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원고지에 파종한 낱말들 모두가 싹을 틔우고 언젠가는 무성한 감성의 숲으로 자라오르기를 소망한다는 작가님의 바람처럼 제 가슴에 씨앗을 심었습니다. 어느 날, 언제 싹을 틔울지는 모르겠으나 가슴에 씨앗을 품으니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

고달픈 인생에서 나날이 버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버틴다는 건 그나마 기댈 만한 언덕 하나, 믿을 만한 구석 하나 있다는 뜻. 

왠지 그 하나 가진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되는 일 없고, 꼬일대로 꼬인 날에도 이 한 몸 건재하니 다행이고... 또 존버지존 이외수 작가님의 깨달음이, 마치 나를 위한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진흙 위에 피어난 연꽃을 바라보듯이.

억울하고 속상하고 울화가 치밀어올라 터질 것만 같고 너무나 외로워서 몸서리 쳐지는, 그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 쓰여진 글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영웅보다 더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고. 

미처 다 깨닫지 못해도, 그 용기를 배웠으니 지금으로선 만족합니다.

덧붙여서 정태련님의 그림은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특별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늘 보던 익숙한 배추 한 포기, 당근, 대파, 꽃게 한 마리까지 그림으로 표현되니 새롭게 느껴집니다. 천천히 집중해서 바라보니 알 것 같습니다. 세상에 생명을 가진 모든 것, 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가.

오늘 하루 잘 살았구나, 잘 버티어냈구나...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살아내자고. 


이름 모를 존재는 많아도

이름 없는 존재는 없어라


산과 들에 피어 있는 수많은 꽃들 중에서,

이름 모를 꽃들은 많아도

이름 없는 꽃들은 드물다.

 

엄밀하게 말해서

지구별 그 어디에도

잡초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하찮고 보잘것없는 미물이라도

만존재는 다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와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는 법이다.

 

당연히 사람도 마찬가지다.  (144-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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