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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학 개론 - 세상 진지한 방귀 교과서
스테판 게이츠 지음, 이지연 옮김 / 해나무 / 2019년 10월
평점 :
대놓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누구나 한 번쯤 터지는 그것.
그건 바로 방귀.
아이들 그림책으로는 종종 봤지만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는 처음 본 것 같아요.
<방귀학 개론>은 "세상 진지한 방귀 교과서"라고 하네요.
솔직히 방귀에 대한 궁금증은 다들 있을 거예요. 딱히 물어볼 데가 없었을 뿐.
"사연 없는 방귀는 없다"라는 저자의 말에 웃음이 빵 터졌어요.
저자 스테판 게이츠는 자칭 열렬한 방귀 애호가이자, 대외적으로는 음식과 과학을 주제로 글을 쓰는 작가라고 해요.
그러니까 이 책은 방귀와 냄새, 엉덩이에 관한 대중적인 과학서라는 거죠.
어려운 과학도 '방귀'와 함께 뾰로롱~
주인공 방귀를 통해 화학, 생물학, 물리학까지 재미있게 접근해보는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의학 서적이 아니므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같은 증상은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라는 주의사항이 있네요.
이 책은 방귀를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 유발, 더 나아가 과학을 사랑하게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쓰여졌다고 해요.
누구나 방귀를 뀌지만 방귀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방귀는 대단한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방귀의 신세계, 즉 방귀 속에 담긴 과학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일단 방귀에 대한 기본 지식은 방귀의 양과 냄새는 먹는 음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거예요.
방귀의 25퍼센트 정도는 그냥 삼켰던 공기가 몸을 통과해 밖으로 나오는 것이지만 나머지 75퍼센트는 다양한 소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
일단 '방귀'라고 하면 냄새를 떠올리는데, 실제 방귀의 성분 중 99퍼센트는 전혀 냄새가 없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 1퍼센트 때문에 냄새가 생기는 거래요.
가장 독한 방귀들은 종종 식품 속 아미노산(단백질의 구성요소)을 분해한 결과로 만들어지며, 특히 콩과 치즈, 육류가 주범이에요.
또한 방귀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식품 중 하나가 돼지감자라고 해요. 돼지감자를 먹고도 방귀를 뀌지 않을 수는 없다고 해요. 돼지감자에 들어 있는 이눌린은 크기가 크고 비교적 복잡한 탄수화물 분자라고 해요. 우리의 장내 효소로는 돼지감자를 분해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대장에 사는 세균들이 이눌린으로 포식하며 엄청난 양의 가스 부산물을 내놓게 된대요.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같은 것들이죠. 그러니 돼지감자를 먹고 속이 부글거리면서 배가 아프다면 그냥 먹지 말라고 하네요. 굳이 확인하고 싶다면 휴일에 돼지감자를 먹은 다음, 느긋하게 앉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구경할 수 있다네요. ㅋㅋㅋ
이 책에서 재미있는 건 방귀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다는 거예요.
"방귀는 나쁜 건가요?"라는 질문에 대답은 "대체로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방귀가 나쁜 건 다음 세 가지 경우예요. 소가 방귀를 뀔 때, 가스가 차서 배가 아플 때, 방귀 소리나 냄새 때문에 창피를 당할 때.
중요한 건 그 누구도 방귀를 뀌지 않고 살 수 없다는 거예요. 방귀를 참으면 병이 생길 수 있으니 적절히 배출하는 요령이 필요하겠죠. 혹시나 방귀를 많이 뀌거나 독한 방귀 냄새 때문에 고민이라면 식단 조절을 하거나 소화기내과 의사와 상담해보세요.
문득 방귀에 대해 나만의 정의를 내려봤어요. 방귀는 친밀함의 척도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방귀를 뀌면 엄청 창피하지만 편한 사람들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뀔 수 있어요. 어떤 때는 방귀 소리와 함께 웃음도 빵빵 터져요. 그 사람과 나의 관계는 '방귀 트기'를 했느냐의 여부로 결정지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서로 방귀 냄새는 맡아봤어야 친하다고 할 수 있겠죠. ㅋㅋㅋ
마지막으로 방귀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는 꽤 재미있어요. 세상의 위대한 방귀쟁이들과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방귀, 문학 속의 방귀, 방귀에 관한 속어 모음이 나와 있어요.
저자의 말처럼 "방귀는 완벽하게 자연스러우면서도 상대를 불쾌하고 만들고, 다양한 방식으로 모욕을 줄 수 있고, 무례하지만 추잡하지는 않고, 친근하지만 섹시하지 않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개념들인 생물학과 자기혐오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잖아요." (183p) 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