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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 사회 1 - 존재의 방식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평점 :
"도시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모래 바닥으로부터 피어오르는 강렬한 열기가 신기루처럼 도시의 윤곽을 흔들어 허물고 있었다." (9p)
<모조 사회>는 눈앞에서 도시가 허물어지는 광경으로 시작합니다.
건은 이 모든 것이 꿈이라고, 현실처럼 느낄 수 있는 자각몽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 건, 탄, 수 ... 이들은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혼돈의 상황을 겪게 됩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아수라장이 된 세계.
그 순간, 수는 천장에서 울리듯이 터져 나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바스키아의 검은 고양이를 들어본 적 없냐는...
뭐지? 셜록 홈즈의 바스커빌 가문의 개와 관련이 있나... 바스키아의 검은 고양이는 처음 들어본 것 같은데.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장 미셸 바스키아라는 미국의 천재 화가 이름이 뜹니다.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 1960년 12월 22일 ~ 1988년 8월 12일)
검은 피카소라고 불렸으며, 미국의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
바스키아의 대표 작품 중 <Crown>은 특정 아티스트 그리고 흑인들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 왕관으로 훗날 왕관을 그려 넣는 것 외에 점차 본인의 서명으로 사용했을 정도로 소유권과 권위를 나타내는 '도장'과 다름 없는 부분이 되었다고 함. [출처 : 나무위키]
이런, 성급하게 검색하지 않아도 될 뻔...
바스키아의 검은 고양이는 우리가 아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수의 기억 속에 아빠가 "바스키아의 검은 고양이야.'라고 말하며 수의 품에 안겨줍니다. 목이 아주 긴 검은 고양이는 두 눈의 색이 다른 오드 아이(odd-eye)이며, 목에는 작은 블랙 오팔 빛깔의 큐브가 달린 초커목걸이가 감겨 있습니다. 그 목걸이는 아빠가 수에게 남긴 행운의 부적이라고.
수는 꿈 속에서 봤던 바스키아의 검은 고양이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세계.
랭은 수에게 자신들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공동체 본부동 소속 진, 과학동 소속 뇌 과학자 파로.
수, 그러니까 은수가 살던 곳은 알파 구역이었고 모조 사회였다는 것. 여기에서 모조는 총수의 이름을 딴 것.
1권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의 이름이 외자라서 많이 헷갈렸는데, 작가의 설정이었을까요.
원래 이름은 수는 은수 씨, 탄은 정탄 씨, 건은 류건 씨.
주인공 수가 느끼는 혼란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성공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모조 사회가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가 될 테니.
혼돈 다음에는 의심을 품게 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세계를 살고 있습니까?" (113p)
뭐가 진짜고 가짜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입니다. 끝까지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겠습니까? 독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주인공을 따라갈 수밖에.
어느 시점인지는 모르겠지만 300년 뒤의 미래 세계라면?
머릿속에 SF 영화 두 편이 떠오릅니다. <터미네이터>(1984)에서는 2029년 로스앤젤레스가 배경이었고, <매트릭스>(1999)에서는 2199년이 배경이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현재, 미래형 첨단 양자컴퓨터 개발 뉴스가 나오는 걸 보면서, 모조 사회가 그냥 소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진짜 같은 가짜 동영상 딥페이크의 영상이 논란이 되는 것처럼 사람이 그 진위 여부를 구분 못한다면.
바스키아의 검은 고양이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나 현실에 존재한다고 믿게 되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