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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미술관 - 아픔은 어떻게 명화가 되었나?
김소울 지음 / 일리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그림은 힘이 세다.
사람들을 감동에 몸을 떨게 할 수도 있고,
눈물을 흘리게 할 수도 있다.
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아픔을 치유해주기도 한다.
글미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우연히 알게 됐어요. 그림의 힘.
책 속에 담긴 작은 그림인데도, 그 그림을 보면서 특별한 에너지를 느꼈어요.
그래서 그림과 관련된 책을 보면 자석에 끌리듯이 읽게 된 것 같아요.
<치유미술관>은 약간 색다른 미술 에세이예요.
가상공간인 '소울마음연구소'를 찾아온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상담 일지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그 내담자들은 화가들이에요. 뭉크, 클로델, 로트렉, 드가, 마네, 모리조, 르누아르, 모네, 세잔, 젠틸레스키, 고갱, 고흐, 칼로, 실레, 고야.
앗, 익숙한 이름!
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화가들이 맞아요.
만약 이 화가들이 '소울마음연구소'의 연구소장 닥터 소울과 상담을 했다면?
가상이라고는 해도 상담 내용 중 결정적인 내용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이 책을 읽다보면 화가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아픔을 느낄 수가 있어요.
예술작품을 보면서 뭔가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것도 어쩌면 작품 속에 화가의 영혼이 깃들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예술은 위대한 것 같아요. 누구나 뜨거운 심장이 있다면 느낄 수 있으니까.
툴루즈 로트렉.
1864년 11월 24일에 태어난 프랑스 귀족 출신의 화가예요.
백작 아버지와 사촌인 어머니 사이의 근친결혼으로 인한 유전적 성장장애가 있고, 14살 무렵 두 번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겪었어요.
물랭루주를 사랑한 로트렉.
그의 작품들은 물랭루주의 풍경과 인물들이 많아요. 그 중 <반 고흐>의 초상화가 눈에 띄네요. 1886년 2월 파리에서 고흐를 만났다고 해요.
로트렉은 자신보다 11살 많은 고흐를 처음 만난 뒤 이렇게 말했어요.
"고집쟁이인데다, 소심하고 예민해서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연민을 느꼈다."(51p)
로트렉은 고흐의 재능을 알아봤던 모양이에요. 로트렉이 파스텔로 그린 초상화는 카페 구석에 앉아 있는 고흐의 옆모습인데, 얼굴이 다소 창백하고 우울해보여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이 다소 불안하게 느껴져요. 왜 로트렉이 고흐에게 연민을 느꼈는지 알 것 같아요. 사실 로트렉은 귀족이라 경제적인 여유는 있었지만 장애 때문에 주류에 속할 수 없었어요. 유독 물랭루주의 사람들을 그렸던 것도, 고흐를 눈여겨봤던 것도 자신을 투영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로트렉은 그림을 통해 소외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빛나게 해줬어요. 비록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그림 속 사람들은 아름다운 작품으로 영원히 남을테니까.
제가 좋아하는 그림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들이에요.
그냥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림들.
우리 인생이 늘 행복할 수는 없지만, 언제든지 행복한 순간을 떠올릴 수는 있잖아요.
르누아르는 그림 속에 행복을 저장해둔 것 같아요. 행여 잊지 말라고.
저 역시 단순하지만 확실한 이 느낌이 좋아요.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은 감상하기 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매우 친절하게 아픔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화가 자신의 목소리로.
평범한 사람은 범접할 수 없는 예술의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가상의 공간에서 화가들의 속내를 듣게 되니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것 같아요. 마음의 병이란...
그림을 보면서, 이제는 그들의 삶과 아픔까지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아픔을 마주하며 삶을 배우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