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해 사느라 오늘을 잊은 당신에게 - 90세 현직 정신과 의사의 인생 상담
나카무라 쓰네코 지음, 오쿠다 히로미 정리, 정미애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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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인생은 충분합니다."라고 말하는 주인공은 올해 아흔 살, 정신과 의사 나카무라 쓰네코 님입니다.

아흔 살... 누가 감히 이 앞에서 나이 핑계를 댈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현직 정신과 의사로서 70여 년간을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온 분이라고 하니 엄청 놀랐습니다.

먼저 평생을 어떻게 정신과 의사로 일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의사로서의 사명감?  아니면 투철한 봉사 정신?

그런데 대답이 의외였습니다.


"전 인생 대부분을 일에 바쳐왔지만 일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좋아하지 않습니다(웃음).

물론 싫다는 건 아니지만 아주 좋아하는 정도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럼 일하면서 어떤 큰 목표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역시 없습니다(웃음).

... 제가 해온 일이라고는 그저 '눈앞의 환자가 날 믿고 의지한다면 그에 보답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자' 정도입니다.

... 누가 뭐라 한들 결국 마지막 목표는 나 자신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6-7p)


이 책은 나카무라 쓰네코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를 후배 정신과 의사 오쿠다 히로미 님이 기록한 것입니다.

나카무라 쓰네코 선생님이 살아가는 방식은 한 마디로 "하루하루 담담하게 살아가기" 입니다.

참으로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방식입니다.

매일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흔들리는 사람에게는 진짜 어려운 과제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과거 1943년, 열여섯 살 소녀였던 쓰네코의 사연부터 우여곡절 인생사를 듣다보면 무슨 의미인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시 여학생이 의사가 되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1951년 마침내 의사가 되었지만 급료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는 신세였는데 우연히 인턴 시절 동급생이  나라 의과대학 정신과에 조수 자리가 비어 있다고 하여 정신과 의사로서의 경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듯 어쩌다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결과로 정신과 의사가 되었지만 70여 년을 일해왔으니 이제는 운명이라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여자 정신과 의사는 별난 취급을 받았는데, 어떻게 쓰네코 선생님은 계속 그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 계기는 스승 가네코 지로 교수님의 가르침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게 아닙니다. 환자 자신이 치료하고 그걸 거들 뿐이죠." 

"정신과 의사는 조언을 통해 환자가 병이 낫는 방향으로 가도록 도울 뿐 치료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좋아져서 다행이네요, 애 많이 쓰셨어요, 하고 환자 본인을 칭찬할 것.

병이 나았다고 해서 절대 자신이 고친 거라며 으스대지 말 것."   (106p)

놀라운 건 쓰네코 선생님이 똑같은 태도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평정을 찾는 방법은 지금 당장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여하튼 눈앞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기, 그런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신기하게도 눈앞의 일을 정리하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사소한 걱정거리는 쓱 사라진다는 사실. 그것이 일과 가정이라는 두 가지 모두를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합니다.

인생에 관한 수많은 조언들이 있지만 90년을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만큼 힘을 지닌 조언을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사는 환경이나 조건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삶의 자세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살아온 모습 그 자체로 감동을 주는 사람,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게 내 인생이야'하고 마음을 굳게 먹으세요.

결국 사람은 '나답게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남에게 휘둘리기만 하는 인생에 지칠 때는 이 말을 꼭 떠올려 봅시다.   (227p)

     - 나카무라 쓰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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