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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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울렁거리고, 몸이 근질근질한 것 같아요.

우웨엑!

사그락사그락... 다다닥다다닥... 등장만으로도 끔찍해요.

바.퀴.벌.레.


<올 킬>은 이재량 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이에요.

주인공 광남 씨는 엄청 깔끔한 사람이에요. 거의 결벽증 수준이죠.

어느날 바퀴벌레 한 마리가 등장하면서 광남 씨를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잡아도 어디선가 또 나타나고, 자고나면 온몸이 근질거리는 증상까지 생겼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전봇대에 붙어 있는 광고지를 봤어요.


해충 구제 전문기업 (주) 올 킬.

원 샷 올 킬!   한 방에 보냅니다.

지금 연락 주세요.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인적도 드문 시골집에서 전화기도 없이 살고 있는 광남 씨는 멀리 있는 공중전화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어요. 그리고 해충박멸 서비스를 신청했어요.

주식회사 올 킬에서 출장나온 직원은 안희수라는 여자였어요. 키 180센티미터에 위아래가 붙은 옷을 입고, 후드를 덮어쓰고, 새 부리 모양 마스크와 커다란 고글로 얼굴을 가리고 수술용 장갑을 끼고 있는데 옷부터 마스크, 고글까지 모조리 흰색이에요. 후드를 벗자 까무잡잡한 피부와는 대조적으로 흰 머리색이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어요.  책 표지에 나온 사람이 주식회사 올 킬의 대리 안희수예요. 

키 162센티미터의 광남 씨에게는 한 뼘 이상 큰 하얀 사람 안희수의 등장은 바퀴벌레 못지 않게, 꽤 인상적인 첫만남이었어요.

바퀴벌레 vs 해충박멸회사

처음에는 이런 대결구도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제 착각이었어요. 주식회사 올 킬은 고객을 위한 해충박멸 대행서비스를 해주는 거예요. 대신 해주는 것, 그러니까 실제로 바퀴벌레를 상대하는 사람은 광남 씨인 거죠. 올 킬 덕분에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바퀴벌레가 또 나타나고, 다시 박멸 작업 후 재등장하면서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발생했어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바퀴벌레와의 전쟁에서 최종적인 승자는 누구일까요.


도시에 살던 광남 씨가 혼자 시골에 내려와 살게 된 건 사람에 대한 혐오 때문이었어요.

아내와 이혼 당시 아들 배식은 일곱 살이었어요. 그로부터 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광남 씨는 사람들을 피하며 혼자 살고 있어요. 더러운 것은 멀리하는 게 상책이라면서. 그런데 사람도 아닌 바퀴벌레가 광남씨의 삶을 괴롭힐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에요.

바.퀴.벌.레.  누군가에게는 그저 벌레일 수도 있겠지만 <올 킬>을 읽는 순간 공포로 바뀌게 될 거예요.

그건 바퀴벌레에 대한 현실 공포로 시작해서 광남 씨가 그토록 혐오했던 사람이라는 존재로 이어져요. 어쩌면 대상은 중요한 게 아니었는지도 몰라요. 광남 씨에게 이 세상은 못견딜 정도로 더러웠던 건지도. 그의 삶을 돌아보면 안타깝고 슬프네요. 


"나는 그저 ...... 순결하게 살고 싶을 뿐이에요."  (3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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