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심는 꽃
황선미 지음, 이보름 그림 / 시공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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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심는 꽃>은 순이 같아요.

아주 오래전, 국민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순이.

"순이야, 안녕?"


<마음에 심는 꽃>은『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황선미 작가님의 데뷔작이라고 해요.

1995년 <농민신문>을 통해 등단할 때의 첫 작품이지만 세상에 책으로 나오지는 못했던 작품이에요.

드디어 스물네 해만에 예쁜 책이 되었어요.

주목받지 못하던 조연 배우가 어느날 갑자기 주연 배우로 성공한 느낌?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순박하고 정겨운 모습의 '순이'가 떠올랐나봐요.

원래 <마음에 심는 꽃>의 주인공 이름은 수현이에요. 수현이가 다니는 학교는 분교라서 학생이 얼마 없고 선생님도 둘 뿐이에요.

얼마 전에 미정이와 승규가 서울로 전학을 가서, 이제 삼학년은 셋이 남았어요. 삼촌도 도시의 공장으로 떠났어요.

인동집은 인동꽃이 피는 집이라 붙여진 이름이에요. 홀어머니와 딸이 살았던 집인데 딸이 도시에 자리를 잡게 되자 비게 되었어요. 마을에서 가장 먼저 비어 버린 집이에요.

삼촌은 인동집의 뜰을 꽃밭으로 만들어서 수현이와 미정이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었어요.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수현이와 미정이는 동생 정현이를 돌보며 인동집에서 지냈어요. 예쁜 꽃씨를 뿌렸고 정성껏 가꾸었지요.

그런데 이제 미정이네가 떠났고, 삼촌도 떠났으니... 수현이는 마음이 휑하니 우울해서 한동안 인동집에 가지 않았어요.

바로 그 인동집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를 왔어요. 앗, 수현이는 꽃밭이 걱정되어 인동집에 갔다가 꽃밭에 꽃들이 없어진 걸 보고 속이 상했어요.

그때 방문이 열렸고 창백한 얼굴의 남자 아이를 보았어요.

수현이는 화가 나서 소리쳤어요.

"이 꽃들은 내가 키웠으니까 내 것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했어?  왜 네 맘대로 뽑아 버린 거냐고!"  (53p)

다음날 그 남자아이가 수현이의 학교로 전학 왔어요. 이름은 민우, 삼학년이라서 수현이 옆 자리에 앉게 되었어요.

민우는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만 있고, 남자아이들이 말을 걸었는데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어요. 수현이가 교실에 남아 있는 민우에게 왜 집에 안 가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었어요. 약이 올라서 또 소리쳤어요. 이번에는 민우가 가방을 들고 일어서면 말했어요. "너, 까불지 마."  (75p)

첫만남부터 영 꼬여버린 수현이와 민우,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두 아이를 보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어요.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뭔가에 마음이 통하면 금세 친하게 놀던 아이들.

꽃밭을 가꾸는 수현이의 마음처럼 누구나 소중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가 있어요.

예쁜 꽃들은 피어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요. <마음에 심는 꽃>도 한 편의 이야기로 우리 마음을 따스하게 만드네요.

"수현아, 민우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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