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만난 붓다 - 불교 명상과 심리 치료로 일깨우는 자기 치유의 힘
마크 엡스타인 지음, 김성환 옮김 / 한문화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마음을 괴롭히는 일이 생기면 뭘 먹어도 체할 때가 있어요.

참으면 괜찮겠지, 라며 속이 불편한 채로 잠들지만 결국 답답한 증상이 심해져서 깨고 말아요.

마음이 불편하면 몸도 편할 수 없다는 증거겠죠.


"...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든 자신의 불편한 느낌을 피하고 싶어 했지만,

그녀의 이런 태도는 비현실감만 증폭시켰다.

감정적인 내용물은 개방적인 태도를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내용물은 소화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가

부적절한 순간에 불쑥 튀어나오고 말 것이다." (93p)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를 읽다가 위 문장에서 멈췄어요.

클레어라는 여성이 자신의 감정을 대처하는 방식을 사례로 소개한 것인데, 제 경우와 너무나 흡사했거든요.

이 책은 뉴욕의 정신과의사인 저자가 심리 치료에서 불교 명상을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어요.

우선 저자는 서양의 심리 치료와 불교가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고 이야기해요.

"길들여지지 않은 자아가 인간의 행복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  (10p)

모두 '자아' 라는 다루기 힘든 문제에 대해서 '자아(me)'보다는 관찰하는 '자기(I)'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싶어 한다는 것.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기 성찰을 권장함으로써 자기중심성을 줄이고 자아의 균형을 되찾도록 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라는 것.

불교의 명상 훈련은 심리 치료처럼 비슷하지만 관심의 초점이 달라요. 숨겨진 본능을 발굴하는 차원이 아니라 의식 현상 그 자체로부터 영감을 얻는 방식이에요.

우리 자신의 마음을 어떤 판단이나 간섭 없이 가만히 바라보기, 매 순간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과 함께 머무는 능력, 즉 '알아차림(Mindfulness, 마음챙김)'이라고 표현해요.

알아차림은 마음과 몸의 모든 활동을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하며, 이 거울 이미지는 불교에서 매우 중요해요. 불교의 명상은 모든 현상이 붕괴되고 오로지 자기 자신의 거울 같은 자각만이 남는 상태를 뜻한다고 해요.

이 책은 바로 불교의 명상 수행법을 팔정도라는 여덟 가지 태도로 설명해주고 있어요.

올바른 견해(정견), 올바른 의도(정사유), 올바른 말(정어), 올바른 행동(정업), 올바른 생활(정명), 올바른 노력(정근), 올바른 알아차림(정념), 올바른 집중(정정) 으로 구성되는 팔정도(八正道)의 가르침은 각 여덟 단계마다 자아와 기꺼이 대면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여덟 가지 태도가 무엇인지를 하나씩 그 의미를 설명하면서 어떻게 진료에 적용하는지, 자신의 경험뿐 아니라 환자의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앞서 등장한 클레어의 사례는 '올바른 의도'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클레어는 20대 후반에 처음 명상을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과 달리 명상을 매우 쉽게 느꼈어요. 종종 자기 삶의 성과보다 자신의 명상적 성취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클레어에게 명상적 공간은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도피처였던 거예요. 클레어의 고질적인 문제는 인간관게에서 비롯하는 풍요로움을 무가치하게 여기고, 자신의 무가치함을 확신하는 태도였어요. 심리 치료에서 클레어는 자신의 과거 인생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발견했어요. 그녀의 비현실감과 그 아래 숨겨진 욕구와 감정들이 그녀의 행동의 상당 부분을 좌우해 왔던 거예요. 

불교 팔정도의 '올바른 의도'는 헌신적인 어머니의 의도에 비유할 수 있어요. 어머니는 미움이라는 느낌에 등을 돌리는 대신에 가장 어려운 감정 경험조차 견뎌내는 지혜와 자비를 갖추고 있어요. 어린 시절의 원초적 감정들을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닌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삼을 줄 아는 태도를 뜻해요. 사실 누구라도 개인의 인생사를 지우는 건 불가능해요.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우리 자신이 자아와 관계 맺는 방식이에요. 클레어는 스스로 자신의 불편한 느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내고자 했고, 그 불편한 느낌들은 다시 통합될 수 있게 되었어요. 이것이 올바른 의도의 가르침이에요.

"제거되지 않는 장애물을 그대로 마주하라."  (92p)

아마도 사람마다 여덟 가지 태도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전부일 수도 있고, 그 중 하나일 수도.

저자는 정신과의사이자 심리치료사로서 '옳은' 사람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 원하지 않는 조언을 건네는 것이 역효과를 낳는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환자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주었다고 해요. 이 책에 나오는 팔정도의 가르침 역시 심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도움을 주는 하나의 시도인 거죠.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극복하는 주체이며, 책에서 제시된 조언들은 자기만의 방식대로 활용할 수 있어요. 명상은 특효약이 아니에요. 세상에 심리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해줄 방법은 없어요. 단지 흔들림 속에서 균형 잡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깨달음은 자아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와 맺는 관계를 변화시켜 놓는 것일뿐" (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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