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최경원 지음 / 성안당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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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끌리는 디자인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솔직히 '비밀'이라는 단어 자체가 끌리는 요소인 것 같아요.

내가 모르는 뭔가에 대해 궁금증 내지 호기심이 생기거든요.

만약 책 제목이 <디자인 인문학>이었다면 덜 끌렸을지도 몰라요.

그랬다면 흥미로운 디자인 세계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쳤겠지만.


이 책은 우리 삶과 밀접한 '디자인'을 주제로, 현대 디자인의 변화와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디자인 분야가 재미있는 건 전문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호불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순수 예술 분야와는 달리 디자인은 상업적으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에 대중에게는 친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디자인을 단순히 상업이나 기술의 소산으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요.

그 이유는 디자인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가 예술 분야와 똑같기 때문이에요. 즉 정신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활동이라는 거죠.

저자는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로서 현대 디자인의 흐름을 주목하면서 앞으로의 역사는 우리가 써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우선 대표적인 현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와 안도 타다오를 소개하고 있어요.

공간의 가치를 구현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인 <롱샹 성당>과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인 <빛의 교회>는 무척 인상적이에요.

이들을 소개한 이유는 현대 건축가 중 아무도 보지 못했던 '공간'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감동적으로 실현한 거장들이기 때문이에요.

시멘트와 철골로 지어지는 현대 건축에서 동아시아적인 공간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인정받고 있어요.

동아시아 건축의 특징이란 건물을 이루는 재료의 속성을 다른 재료로 가리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이에요. 또한 밖에서 본 건물 모양은 소박하고 볼품 없이 디자인했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동아시아 건축의 핵심 가치는 건물 안으로 어떤 자연을 끌어들이는지가 중요해요.

저자는 르 코르뷔지에와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보는 시선을 그대로 가지고, 우리의 고건축을 바라보자고 제안하고 있어요.

책에 나오는 병산서원 사진을 보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알 수 있어요. 병산서원이 보여주는 공간적인 아름다움은 현대 건축의 대가인 르 코르부지에나 안도 타다오가 추구했던 공간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어요. 굳이 다른점을 찾자면 병산서원은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는 점이에요. 아무래도 노출 콘크리트 건축 방식은 세련된 면은 있으나 삭막한 느낌이 들어서 피로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우리 전통 건축은 새롭게 조명해볼 만한 가치를 지녔어요. 과거의 것은 낡고 진부하다는 편견을 버리면, 우리의 고건축들에서 공간을 다루는 뛰어난 솜씨를 재발견할 수 있어요.

20세기 미술과 디자인 분야를 지배했던 가장 강력한 이념은 '기능주의'였어요. 기능주의 디자인은 대량 생산 시스템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더욱 강조되었다고 해요.  독일에서 시작된 기능주의 디자인이 미국에서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발전했어요.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형태를 취한 디자인을 모더니즘 디자인이라고 불렀어요. 그러나 물자부족 상태가 해결되면서 기능성만 추구하던 디자인에 대한 한계들이 드러났고, 1980년대 들어서면서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주도로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게 되었어요. 이탈리아 디자인으로 시작된 포스트모더니즘은 디자인이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내세웠어요. 대표적으로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프루스트 의자(1978년 作)는 순수 미술 표현기법을 구현하여 대중의 엄청난 인기를 얻었어요.

1992년 독일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의 조명은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어요. 조명 디자인이 기존 모양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설치 미술에 더 가깝게 생겼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조명이 가진 기능을 뛰어넘는 예술적인 감수성을 표현했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과연 이것은 디자인인가, 예술인가.

잉고 마우러의 디자인은 디자인도 사람에게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이로써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며, 무엇이든 우리 마음에서 무언가를 촉발시킨다면 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20세기 말부터는 디자인이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고, 기능뿐 아니라 감동까지 주는 디자인들이 많이 나오게 되었어요.

서양 디자인이 기능주의를 추구했던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이나 해체주의 디자인과 같은 양식으로 변모했고, 우리도 그런 변화를 세계적인 추세로 받아들여 왔어요. 서양 여러나라를 살펴보면 잘하는 분야로 디자인 활동이 편중된 편이에요. 프랑스는 패션, 이탈리아는 산업이나 자동차, 패션 디자인 그리고 독일은 기계류에 편중되어 있어요. 그런데 일본은 건축, 패션, 자동차, 그래팩 등 각 분야 고르게 발전되었고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요. 일본 디자이너들은 처음에는 서양 디자인을 기계적으로 차용하다가 점점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을 디자인을 통해 현대화하면서 독보적인 가치를 세계적으로 입증하면서 세계 디자인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해요. 오래전부터 서양 사람들은 일본 디자인을 동양적인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흐름의 일부로 생각했다고 하네요. 일본의 행보를 통해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디자인에서 전통은 중요한 자원이라는 점이에요. 디자인은 더 이상 생산 활동이 아니라 문화적 성취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에요.

디자인계의 흐름을 살펴보면 점점 예술적인 경향이 커지고 있어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유기적인 형태의 이미지를 지향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편안하게 모두 어울리는 자연의 조형적 성질을 내면화하고 있어요. 결국 우리의 과제는 전통과 새로운 디자인 경향을 접목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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