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위로해줘
송정연 지음, 최유진 그림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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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무엇을 하나요?  이 책을 읽어보세요.

<소녀를 위로해줘>는 송정연 라디오작가님의 에세이집이에요.

어느 밤늦은 시각, 라디오를 듣다가 어떤 멘트에 가슴이 뭉클한 적이 있다면 그러한 감성이 바로 당신 내면에 살고 있는 소녀라는 것.

'왠지 너한테는 솔직해도 될 것 같아서~'라고 속삭이는 느낌이랄까... 특별히 라디오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은 글을 읽는 게 아니라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 기분이었어요.

무엇보다도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영화 이야기가 곁들여져서 뭔가에 묶여 있던 생각들이 좀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혼자만의 문제에서 잠시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는 효과랄까. 영화는 인생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기 때문에 매력적이에요. 우리는 대부분 현실에서 자기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서, 그게 전부라고 착각하곤 해요. 현실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늘 염두해야 할 건 '내가 보는 게 전부가 아니야'라는 거예요. 재미있는 건 영화가 보여주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거예요. 똑같은 영화를 보고도 전혀 다른 감상평이 나오듯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나와 다른 느낌과 생각을 그 어떤 편견 없이 바라보는 태도인 것 같아요. 위로와 공감은 열린 마음끼리 오고가는 것이니까요.


"내 인생에 한 방은 언제일까"라는 주제로 영화 <해리포터>가 등장해서 무척 신선했어요.

부모를 잃고 이모네 집 계단 밑 벽장에 살던 해리가 놀라운 마법사였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마에 남겨진 보기 싫은 흉터가 해리의 숨은 능력을 확인하는 증표였다는 것도 반전이죠. 그야말로 해리는 타고날 때부터 큰 한 방을 가진 아이였고, 그 사실을 본인도 알게 되어 기쁘지만 행복하지는 않아요. 로또처럼 한순간에 찾아온 부와 명예를 갖게 된 해리가 그 모든 걸 온전히 행복하게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해리포터>에서 덤블도어 교수가 매일 소망의 거울 앞을 서성이는 해리에게 이렇게 말해주죠.


"소망의 거울이 우리 모두에게 무얼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소망의 거울을 보통 거울처럼 사용할 수 있단다.

그것을 들여다보면 정확히 자신의 현재 모습이 보이니까 말이다.

이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소망, 바로 그것을 보여준단다.

...(중략)...

꿈에 사로잡혀 살다가 현실을 잃어버리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는 걸 기억하기 바란다." (47p)


신기하죠?  마법 세계를 다룬 이야기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듣게 되다니.

우리는 행복한 순간을 마법 같다고 표현하지만, 마법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어요. 만약 마법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해리포터>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볼드모트였겠죠. 하지만 볼드모트는 해리를 괴롭히는 대상일 뿐이에요. 어쩌면 매순간 우리는 해리처럼 볼드모트와 싸우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요.

현실의 볼드모트는 남과 비교하는 마음일 수도, 혼자뿐이라는 외로움일 수도, 타인의 비난이나 욕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삶 그 자체일 수도 있지요.그럴 때 잊지 말아야 할 건 '산다는 건 누구나 힘들다'라는 사실이에요. 반대로 볼드모트 입장에서 보면 해리 때문에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겠어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교훈이랄까. 


요즘처럼 빛의 속도로 빠름빠름을 강조하는 시대에서 빨라진 건 소통의 도구뿐인 것 같아요. 정작 소통해야 할 내용들은 겉만 핥은 듯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에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도 문득 가슴 한켠이 헛헛했다면 그때문일 거예요. 그럴 때 <소녀를 위로해줘>를 읽는다면 빈 가슴을 채울 수는 없어도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는 있을 거예요. 상처에 바르는 연고는 아니어도 그 위를 덮어주는 반창고는 될 거예요.


"그 순간, 멈추어라.

너는 매 순간 아름답다. 너무나 아름답다."

괴테의 <파우스트> 제1부에 써 있는 말이다. 독일 문학의 최고봉인 괴테가 전 생애를 바쳐 60년 동안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이 탐구하며 쓴 대표작 <파우스트>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만족을 못하던 파우스트가 결국 깨닫게 된 말.

"너는 매 순간 아름답다!"

그렇다. 우리도 매 순간 아름답다.   (2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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