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운동능력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사이먼 레일보 지음, 김지원 옮김, 이정모 감수 / 이케이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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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을 쓰는 이유는 뭘까요.

당연히 자신의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지식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겠죠.

굳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자세하게 그 부분을 설명하고 있어요.

생물학과 관련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태도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해요.

도대체 어떤 태도였길래...

"... 도마뱀이 경주트랙을 달리는 걸 추적하는 게 어떻게 직업이 될 수 있지?

딱정벌레를 서로 싸우게 만들어서는 뭘 배우겠다는 거야?

별을 관측하고, 화산을 연구하고, 아원자입자들을 서로 충돌시키는 건

일반 대중에게 순수하게 과학적 연구 분야로 여겨지지만,

벼룩이 얼마나 높이 점프할 수 있는지, 거미가 얼마나 멀리까지 뛸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은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동물 운동능력 연구가 경망스럽게 보인다 해도

이것은 유기체 생물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개념과 의문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 실제로 운동능력은 대단히 중요해서 '적응'이라는 진화 연구의 초석 중 하나가 되었다."  (9-10p)


현대인들의 삶은 자연 속 동물의 세계와는 격리된 듯 느껴져요.

자연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거나 동물원을 통해 접하는 동물들조차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인간도 동물이면서, 다른 종의 동물과는 차별을 둔 채 살기 때문에 환경파괴와 같은 문제들이 생기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동물들에 대해서 제대로 모를 뿐 아니라 관심조차 없었다는 걸 자각하게 된 거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것.

그래서 <동물의 운동능력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라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건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예요.

평소 관심을 갖던 분야는 아니지만 호기심이 생긴 거죠.

동물의 운동능력에 관한 연구를 들여다보니 꽤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신기했어요. 동물의 운동능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측정할 만한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마치 동물의 세계에서 열리는 올림픽 경기 같아요. 물론 인간처럼 스톱워치와 줄자, 고속카메라와 같은 디지털 기기 이외에도 특별한 기구가 필요하는 게 다른점이죠.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무엇일까요?

치타! 땡!

정답은 송골매예요. 자연계에서 이 동물은 날아서 먹이를 잡는데, 먹이 위로 수백 미터 높이부터 고속으로 다이빙을 해서 최고 속력으로 공격해요.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다이빙하는 송골매의 최고속도가 389 km/h로 기록되어 있어요. 이것은 F4 토네이도의 풍속과 거의 같아요.

가장 빠르게 수영하는 동물은 새치 billfish 라고 해요. 돛새치와 황새치를 포함하는 커다란 포식어류 집단으로 최대 3미터 크기에 90킬로그램까지 자란다고 해요.

자연계에서 동물은 아니지만 몇 종의 버섯류는 25m/s (90km/h)의 속도로 포자를 뿜어낸다니 굉장하죠. 더 놀라운 건 중력의 최대 18만 배의 가속도라는 거예요. 즉 버섯의 포자들이 1초 동안 그 길이의 100만 배가 넘는 거리를 갈 수 있다는 뜻이에요.

또한 신기한 동물 중에는 동남아시아에서 드라코 Draco 속의 나무에 사는 도마뱀인 드라코 스필로노투스가 있어요. 몸통 옆으로 비막을 지지하는 몹시 기다란 갈비뼈를 갖고 있어요. 드라코의 비막은 종종 색깔이 다양하고 부채처럼 몸 옆쪽으로 접거나 펼칠 수 있는데, 펼쳤을 때에는 최대 27.4km/h의 속도로 나무에서 나무로 활동할 수 있어요.

놀랍고 독특한 동물의 목록은 상당히 길어요. 자연선택과 진화는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증거들이에요.

진화가 만들어내는 특정 생태학적 문제에 대한 기능적 해결책은 종종 비슷하지만 항상 똑같지는 않아요. 특히 운동능력은 대개 비슷하지만 그 운동능력을 어떻게 달성하느냐 같은 세부적인 부분은 다리 길이, 근육의 크기, 근육의 부착점처럼 다양한 조합을 통해 달라질 수 있어요.

진화는 궁극적인 실용주의자라서 모든 수렴적 특성이 공통적으로 가진 한 가지 특징이 최종 목적지라고 해요. 자연선택은 여러 가능성 중에서 특정 환경에 가장 잘 작동하는 특정 표현형을 고르도록 작동해요. 우리는 멘델의 연구를 통해서 표현형이 유전되도록 만드는 요소가 유전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유전자형과 환경인자는 거의 항상 상호작용해요. 이렇듯 동물 운동능력의 진화적 궤적을 살펴보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어요. 실제로 인간과 비인간의 운동능력에 관한 연구는 서로 완전히 독립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동물의 운동 연구는 과학의 세계에서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분야라는 것. 고로 이 책은 꽤 진지하면서 재미있는 과학책이라는 것이 결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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