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웨이 아웃
스티븐 암스테르담 지음, 조경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늘 무겁게 다가옵니다.

<이지 웨이 아웃>은 가상의 도시에서 '961 법안'이 통과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안락사가 합법화 된다면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어나게 될 일.

주인공 에번은 안락사 어시스턴트로 일하게 된 남자 간호사입니다.

처음 맡은 환자는 41세 건축업자 테디, 현재 치아를 제외한 모든 부위에 암이 전이된 상태로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원래 테디를 담당했던 간호사는 레나였는데, 테디가 안락사를 결정하자 이메일을 통해 그만두겠다는 뜻을 알려왔고 레나의 후임으로 에번이 맡게 된 겁니다.

에번은 지침서에 명시된 대로 넴뷰탈이라는 약물이 든 컵을 들고 있습니다. 테디의 아내와 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번은 절차에 따른 질문을 합니다.

"오늘 죽기를 원하신다는 말씀이시죠?"  (16p)

이때 둘째 딸이 평생 잊지 못할 사나운 눈초리로 에번을 노려보고, 부인은 세상을 원망하듯 입술을 깨물다가 못 하겠다고 소리칩니다. 절차를 중단시킬 만한 갈등상황이라서 에번은 가족 모두가 동의해야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테디는 "약물을 마시길 원합니다. 죽고 싶어요. 오늘. 지금 당장이요."라고 말합니다.

몇 초간 정적이 흐르고, 에번이 최종 고지사항을 말하기 시작하자 딸들이 다시 사납게 노려봅니다. 에번은 약물이 담긴 컵을 들고 침대로 다가갔다 물러섰다 하는 과정에서 그만 컵을 쏟고 맙니다. 이건 절차상 엄청난 실수라서 당연히 문서로 보고해야 하는 사건입니다. 전과정은 촬영되고 있으나 만약 책임자 네티가 지켜보는 상황이 아니라면 넴뷰탈을 받는 일은 무척 까다롭고 시간이 걸립니다. 당황하는 에번은 쫓기듯 병실을 나오고, 다행히 네티가 약물 컵을 들고 나타납니다.

네티의 도움으로 절차가 다시 진행되고, 이번에는 테디가 직접 에번이 든 컵을 건네받아 천천히 한 번에 마십니다. 테디는 부인과 딸들을 달래면서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누구의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됩니다.

말기 환자가 스스로 아름다운 죽음을 선택했다고 해도, 환자의 가족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소란이 벌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죽음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안락사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주제입니다.

갈수록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연명 치료와 안락사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소설을 쓴 작가 스티븐 암스테르담은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라고 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문제를 던집니다.

말기 환자가 겪는 끔찍한 고통과 죽음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과연 안락사는 합법적 절차가 가능한가.

주인공 에번은 안락사 어시스턴트이자 노모가 요양원에 머물기 때문에 양측 입장을 동시에 겪게 됩니다.

이것은 무엇이 옳은 결정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너무나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읽는 내내 '나라면...'이라는 가정을 할 수밖에 없었고, 끝까지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가상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현실적인 내용이라서 머리가 지끈거렸던 <이지 웨이 아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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