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세오 마이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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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가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어요.

'뭐지?  아빠가 셋, 엄마가 둘이라고?'

주인공 모리미야 유코는 열일곱 살 여고생이에요. 고등학교 2학년이라 마지막 진로 상담을 받는 중이에요.

무카이 선생님과 마주 앉은 유코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에요. 자신은 전혀 불행하거나 고민거리가 없는데 선생님들은 항상 뭔가 고민을 털어놓기를 바라거든요.

다만 무카이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 좀 다른점이 있어요. 유코에게 보내는 게 동정이 아니라 의문이라는 사실이에요. 그야말로 담백한 진로 상담.

유코는 4년제 대학도 충분히 갈 수 있는 성적이지만 소노다단기대학으로 진로를 정했어요. 집에서도 가깝고 장래 희망인 푸드 스페셜리스트  자격증도 딸 수 있어서.


"그 뒤로 내 가족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아버지나 어머니였던 사람들과 헤어졌다.

그렇지만 죽은 사람은 나를 낳아 준 엄마뿐이다.

함께 살지 않게 되노 사람과 만나는 일은 없다. 그래도 어딘가에 있어 준다는 것과 어디에도 없다는 건 전혀 다르다.

피가 섞였건 안 섞였건 내 가족을,

곁에 있어 주었던 사람을 잃는다는 건 무엇보다 슬픈 일이다."  (50p)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는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가족 관계를 가진 유코의 이야기예요.

유코가 세 살이 되기 조금 전에 친엄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친아빠가 재혼하면서 새엄마 리카와 살게 됐고, 그다음은 굉장히 특이한 상황이 벌어졌어요.

부모님이 이혼했는데, 피붙이도 아닌 새엄마와 살게 된 유코가 다시 새아빠가 생기게 된 사연이 완전 영화 같았어요. 복잡한 가족 관계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건 아빠들과 엄마들 모두가 유코를 아끼고 사랑해줬다는 거예요. 물론 유코 입장에서는 마냥 편할 리 없었겠지만 나름 적응하며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에요. 그들은 한결같이 유코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마음껏 칠 수 있도록 배려해줬고, 부모의 역할을 잘 하려고 노력했어요.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가족이란 뭘까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유코의 가족이 오히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보다 더 애틋하고 화목해 보여서.

유코 역시 싫다는 티를 내거나 불평한 적 없이 착한 딸 노릇을 하느라 애써 왔어요. 먹기 싫은 음식일지라도 정성껏 나를 위해 준비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마음이 고맙고 든든하다고 느꼈던 거예요. 현재 새아빠 모리미야 씨와 둘이 살고 있는 유코는 그를 아빠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어요. 모리미야 씨는 피가 섞이지 않은 자식을 혼자 떠맡게 되었는데도 그걸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어요. 어쨌든 유코에게는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에 가족이 바뀔 때마다 순응했던 거에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모리미야 씨와 3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살면서 자신의 집은 여기뿐이라고, 어떻게든 이 집을 지키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유코와 가족들을 보면서, 가족이 된다는 건 인생에 있어서 굉장한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마지막에 확인할 수 있어요. 흐뭇하고 따뜻한 결말이라서 좋았어요.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난 진짜 행운이었어. 유코짱이 내게 와서.

나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거,

이렇게 큰 의미를 가져다주는 거라는 걸 깨달았지."  (4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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