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 세계 사랑으로 어둠을 밝힌 정치철학자의 삶,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누구나 인간 시리즈 1
알로이스 프린츠 지음, 김경연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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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그는 누구인가?

이 책은 20세기 대표적인 철학사상가인 한나 아렌트의 전기입니다.

출생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한나 아렌트의 삶을 이야기처럼 들려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한나 아렌트라는 인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한나 아렌트는 언제나 '난간 없는 사고'를 하고자 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그것은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독립적'이게 했다.

진정 그녀는 누구였는가? 쉽게 대답할 수가 없다.

시인이었는가?  철학자였는가? 정치사상가였는가?

그녀가 쓴 한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저는 한때 그랬던 것처럼 그야말로 낯선 곳에서 온 소녀라고 느낍니다."

('낯선 곳에서 온 소녀'라는 말은 원래 독일의 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제목으로 흔히 문학 또는 문학적 상상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말은 한나 아렌트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기도 한다. 인용된 구절은 마르틴 하이데거에게 보낸 1950년 2월 9일자 편지에서 유래한다.)    (7p)


네, 그녀가 말한대로 한나 아렌트는 '낯선 곳에서 온 소녀'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그 말을 이해했습니다.

철학책에 등장하는 한나 아렌트는 철학자로서의 업적만 나왔기 때문에, 개인적인 삶에 대한 부분은 잘 몰랐습니다.

독일 태생의 유대인이었던 한나 아렌트는 스스로는 어떤 국적이나 민족에 속해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간이었으나 사랑 앞에서는 순애보였습니다. 하이데거와의 사랑은 그녀가 철학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시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그녀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나치였습니다. 사회적 악과 폭력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게 만든 비극입니다.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인으로 살아온 그녀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는다는 현실은 대단한 충격이었습니다. 친구와 지인들이 등을 돌렸습니다. 철저하게 차별당하고 수용소에 갇혔던 경험이 그녀의 정치철학을 더욱 깊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범한 악이 전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다."  (228p)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삶과 철학이 지금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한나는 독일 정부를 향해 과거 나치들에게 범죄 책임을 묻지 않고, 전후에도 그들이 계속 경력을 이어가 고위 공직을 차지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을 비난하면서 그들을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아돌프 아이히만을 영혼 없는 괴물로 내세우는 데 반대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악마화하는 것은 그에게 그릇된 위대성을 부여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나는 자신의 저서에서 전체주의에 대해 '근본악'이라 말하지 않고 '평범한 악'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다고 여겼는지 이렇게 설명합니다.

"오늘날 사실 악은 깊이가 없으며 또한 마성도 없습니다.

악이 전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버섯처럼 표피에서 무성하게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깊은 곳에 있는 것은 선이며, 언제나 선만이 근본적입니다."  (234p)

우리에게도 이러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인간의 내면에 선과 악을 어떻게 드러내는가에 관한 문제일 뿐입니다. 철학은 올바른 삶의 가치를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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