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 하루 한마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무노 다케지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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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 하루 한마디>라는 책은 제목만으로도 강력한 힘을 지녔어요.

아마 이 책을 읽는 대다수는 아직 99세의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을 테니까.

그건 모두에게 주어지는 삶이 아닐 테니까.

저자 무노 다케지는 생후 99년 차를 맞이한 2013년까지 기자 및 평론가로 글 쓰고 말하는 일을 했다고 해요.

책 머리말을 <저자의 바람>으로 대신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요.


"... 이 책 속에는 그야말로 인생의 진리와 역사적 증언이라고 할 수 있는 말들이 담겨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와 동시에 모순이고 왜곡이며 편견이라고 비난받을 만한 말도 담겨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아직 살아 있는 한 인간의 생생한 삶에서 나온 말이니까요.

만약 그런 문장을 발견하였다면 당신 본인의 말로 사방팔방에서 비판하여 주십시오.

저의 바람을 반복하여 말씀드립니다.

이 책을 걸레나 총채, 수세미나 칫솔과 같이 이용하여 주십시오.

개인 생활과 사회생활에 묻어 있는 오염물과 드리워져 있는 그림자를 깨끗하게 닦아내는 데 써 주십시오.

...저는 이 책을 지팡이 삼아 라이프(생명, 생활, 생애)를 배우는 삶이라는 마지막 학교에 다녔습니다...."   (3-4p)


처음부터 감동적인 문장을 만나서 옮겨 적었어요.

삶을 학교로 비유한 것이 멋졌어요. 매일 매순간 배우는 삶.

이 책의 구성은 1년 365일 하루 한마디를 사계절의 학기로 나누고 있어요.

1월 1일부터 겨울 학기가 시작되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가을 학기가 끝나요.

지금의 나를 위해서는 여름 학기의 주제가 가장 좋았어요.
"여름 학기 -  선명하게 나로 산다. 그것이 아름답다"  (107p)

솔직히 어떤 한 문장을 뽑기 어려울 정도로 전부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이었어요.

그 중에서 오늘 날짜에 무슨 문장인가를 다시 찾아보고 깜짝 놀랐어요.

물리적인 시간은 다르지만 "9월 20일"이라는 절대불변의 시간이 우연의 선물을 준 것 같았어요.


9월 20일

모든 민중이 서로 주권자임을 인정하며 모두가 바라는 정치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약속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일전에 시행된 사이타마현 지사 선거에서 투표율이 21%를 기록하였는데,

그럼에도 이를 유효로 처리하였다.

주권자의 78%가 투표하러 갈 필요도, 의욕도 느끼지 않는 사회 현실을 방치하면서

무엇이 민주정치란 말인가?

회의장에서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51 대 49 이면 49%의 의견은 패배자의 의견으로 처리된다.

이것이 무슨 민주주의란 말인가?

현재, 이 나라고 저 나라고 할 것 없이 정치, 행정, 경제, 교육의 모든 영역이

반민주주의에 의한 황폐화로 신음하고 있다.

그야말로 전면적인 근본 개혁을 시작하여야 할 때가 아닐까?    (155-156p)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정치 굿판을 보면서 매우 공감했어요. 9월 20일은 민주주의를 위한 근본 개혁을 시작하는 날이라고 내맘대로 정해버렸어요.

이 책의 말미에서 어떻게 본서가 탄생했는지 알게 됐어요. 저자가 차남 다이사쿠 군에게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색지와 어록 노트에 적어서 건네 주었는데, 놀랍게도 아들이 그걸 전부 모아뒀던 거예요. 5년 간 아버지에게 받은 노트가 10권, 색지가 1,100장을 넘어서자, 아들 다이사쿠 군이 아예 책으로 제작해보자고 제안했대요. 기왕이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계절과 중심 테마에 맞추어 문장들을 분류하여 이 책이 완성된 거예요.

또한 저자는 종군기자로서 일본 정부가 전쟁을 매듭짓지 않았다며 비판한 것으로 유명한 분이었어요. 역사를 되돌아보자고, 전쟁을 멸종시키는 것 외에는 인류를 구원할 방도가 없다고 이야기해요. 안타깝게도 저자는  2016년 8월 21일, 101세의 나이로 별세했어요.  그는 떠났지만 이 책을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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