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 정작 우리만 몰랐던 한국인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
한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휘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명사예요.

행복지수가 높다는 덴마크 사람들의 삶을 소개한 책을 통해서 '휘게'라는 말이 소소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로 널리 알려졌어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저 역시 공감했어요. 그러나 공감하고 아는 것만으로 불행 끝, 행복 시작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라는 책은 뼈 때리는 지적을 하고 있어요.

휘게가 뭔지 알겠고, 소확행과 욜로도 다 좋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힘들기만 할까, 왜 행복하지 않은 거야?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행복의 비밀을 알고도 행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요.

우선 행복에 대해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행복한 기분은 별로 오래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행복한 감정들은 점차 사그라들어요. 일주일 이상 행복한 기분이 지속된다면 당장 병원에 가야 해요. 그건 불행한 사건을 경험한 뒤 부정적인 감정이 일년 이상 지속되는 외상 스트레스장애(PTSD)를 치료하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긍정적 정서든 부정적 정서든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되는 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므로 치료를 받아야 해요.

행복은 행복과 불행, 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 중에는 긍정적 기능을 하는 것도 있어요. 이를테면 프로 불편러들이 제기하는 문제 중에는 그것이 정말 불편한 것이어서 우리 사회가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들이 있어요.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이들은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에요. 또한 분노는 부당한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렇듯 일상에서 겪는 여러 가지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요.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거나 최대한 낮추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믿음을 접어야 해요.

미국식 행복과 한국식 행복은 차이가 있다고 해요. 우리가 쓰는 '행복'이라는 말은 '해피니스 Happiness'와 그 쓰임과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

한국 문화에서 행복은 어떤 일시적인 상태를 뜻하는 말이 아니에요. 한국인에게 행복은 나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타인의 존재에 의해 규정되는 경향이 있어요. 집단주의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은 집단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고 집단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튀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돼요.  한국의 현대사는 트라우마로 가득해요. 한국전쟁 이후 70년 간 계속된 분열과 대립은 우리 사회를 경쟁적이고 불안한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어요. 한국인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우울과 불안에 빠지기 쉬우면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면 그 이유는 여기서부터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한국인들은 한국인이어서 불행하다.

... 가장 빨리 불행해지는 방법은 자신이 사는 곳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실제로 지옥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헬조선.'

우리의 행복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용어다.

스스로 지옥에 산다고 믿는 이들이 행복해질 가능성은 없다."   (100-101p)


그렇다면 행복하기 위해서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가야 할까요?

아니오. 그랬다면 이 책의 제목은 "행복하려면 한국을 떠나라" 로 바뀌어야겠죠.

우리는 이미 행복의 비밀을 알고 있어요. 다만 행복할 수 없는 이유들을 더 많이 찾아냈기 때문에 불행을 선택한 것일뿐.

빅터 프랭클은 강제 수용소에서도 희망을 찾아내고 삶을 견딜만한 것으로 바꿔나가는 인간의 위대한 능력을 보여줬어요. 저자는 빅터 프랭클이 주목한 '삶의 의미'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요. 행복하고 싶다면 삶의 의미부터 먼저 찾아야 해요. 나의 삶, 내가 살아가는 목적과 의미, 그것은 남들이 떠들어대는 것에는 없어요. 오직 내 안에서 찾을 수 있어요. 어쩌면 우리는 불행했던 게 아니라 불행하다고 믿었던 게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