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위크
강지영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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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우연히 권총을 주울 확률은?

지금까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을 고려하면...

어떤 일이든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거나.

아주 적은 확률일지라도 늘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


<어위크>는 여덟 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환상특급' 같은 단편집이에요.

굳이 어릴 적 기억 속에서  '환상특급'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낸 이유는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에요.

미국에서 제작된 TV 시리즈물이었던 '환상특급'은 짧지만 독특한 이야기들을 연이어 보여줌으로써 짜릿한 자극을 주었어요.

이 책은 전건우 작가님의 산뜻한 프롤로그로 상상의 문을 열어줘요.

우연히 권총을 주운 중식, 그 권총을 보고 은행강도를 계획하는 현우, 그들과 함께 강도짓을 하는 태영.

이렇게 세 친구가 은행의 현금수송차량을 습격해 돈가방을 들고 도망가다가 『 a WEEK』라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 한주를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 중이에요.

좀 이상한 건 아르바이트생 한주가 너무나 침착하고 태연하다는 거예요. 오히려 당황하는 세 친구, 아니 세 명의 강도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 안심시켜줘요. 그리고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해요.

"전 여러 이야기를 알고 있어요. 아주 다양한 이야기들. 분명 들으면 재미있어 하실 거예요." 

...  "이건 제가 직접 목격한 건데요......"   (39-40p)


독특하죠?

권총을 든 순간 평범한 세 청년은 강도가 됐고, 어위크라는 편의점에 들어 선 순간 한주라는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갔어요.

'빠져들어간다'는 표현이 딱 맞아요. 이야기는 그런 엄청난 힘을 지녔어요.

한 주의 시작은 일요일부터.

SUNDAY  <대화재의 비밀> - 정명섭 작가님  =  소설을 통해 역사적 인물을 되살려 본다

MONDAY  <옆집에 킬러가 산다> - 김성희 작가님  =  현실에서 우리가 모르는 건 영화 같은 반전?

TUESDAY <당신의 여덟 번째 삶> - 노희준 작가님  =  평행우주, 우주의 신비가 주는 놀라움

WEDNESDAY <박과장 죽이기> -  신원섭 작가님 =  욕망과 사랑 사이

THURSDAY <러닝패밀리>  - 강지영 작가님  =  게임 같은 세상, 세상 같은 게임

FRIDAY  <아비>  - 소현수 작가님  = 진짜 지옥이란 어떤 곳일까

SATURDAY <씨우세 클럽> - 정해연 작가님 = '씨우세'의 정식 명칭은 'CEO리스크를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라는데, 참말로 고마 쌔리...

솔직히 다 읽고나서야 요일이 생각났어요.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반복되는 요일이지만 똑같은 수요일은 없었어요. 이야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한 주, 일주일, 일곱 개의 요일이 변하지 않는 현실이라면, 이야기는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확률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의 환상이 아름답던 그때가 그리워요. 요즘의 환상은 너무 끔찍하고 공포스럽네요.

어찌됐든 한주의 말처럼 세상에 불가능한 이야기란 없어요.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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