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황교익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8월
평점 :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입니다.
오죽하면 '먹방' 내지 '쿡방'이라는 말이 일상어로 들릴 만큼, 음식 관련한 프로그램이 넘쳐납니다.
솔직히 제 취향에는 맞지 않아서 거의 보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 취향은 남들 앞에서 본의아니게 숨길 때가 많습니다.
"왜? 도대체 왜?" 라는 반응이니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치느님을 사랑해야만 하고, 매운 떡볶이를 즐겨야 될 것 같은 분위기.
"난 아닌데."라는 말이 다수에 대한 도발로 여겨지니까.
물론 저도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그 맛의 기준이 남들과 다를 뿐.
반가운 책입니다.
맛 컬럼니스트 황교익님의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는 한국음식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이야기합니다.
저자가 처음 한 대중 강연의 제목이 "당신의 미각을 믿지 마세요"였는데, 그 내용은 대중의 관성화된 미각을 흔드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맛 칼럼니스트는 맛있는 음식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뿐만이 아니라 일종의 비평가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맛있는 음식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쓴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쓴소리'가 향하는 궁극적인 지점은 대중이 아니라 자본과 정치권력, 언론이라는 것.
한국인이 먹는 음식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그들에게 대중은 속고 있다는 것.
"우리가 더 맛있는 음식을 먹자면, 이 사회를 바꾸어야 합니다.
내 앞의 이 음식을 바꾸려면 이 사회를..." (33p)
이 책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나는 왜 이 음식을 맛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는가."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맛있다'가 아니라 '맛있다고 생각하게'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 온전히 자신의 것인 줄 착각하지만 대부분의 생각들은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한식 세계화 정책의 실패는 이미 시작부터 예견된 수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문화라고 하는 까닭은, 음식에 그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삶의 정체성이 담겨 있기 때문인데 그것을 법으로 규정하겠다니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국가가 개개인 삶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독재 정권을 경험했던 우리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침해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곧 추석이 다가옵니다.
매년 정부에서 추석상 지침을 발표합니다. 뉴스에서는 추석물가, 즉 올해 추석상은 전통시장에서 얼마 정도 든다고 친절하게 비용을 알려줍니다.
제사 기본원칙을 정해놓은 《주자가례》를 보면 포, 과, 채 이런 식으로 쓰여 있지, 구체적으로 사과, 배, 감 이렇게 안 쓰여 있답니다.
그냥 과일을 올리면 되는데, 차례상에 사과와 배 같은 과일들을 꼭 올려야 한다는 거짓 전통에 속아서 설익고 비싼 과일을 강매했던 겁니다.
추석에 나오는 제철과일은 노지수박, 포도, 복숭아 같은 과일이며, 민간에서 복숭아가 귀신을 쫓는다는 금기는 미신일 뿐 유교의 금기가 아니랍니다.
따라서 추석 차례상은 제철 음식 몇 가지만 올리면 족합니다. 진짜 조상을 기리는 의도라면 돌아가신 분이 좋아하던 음식을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전통대로 하자면, 명절의 차례와 제사상은 남자가 차려야 합니다. 조선시대 때 제사음식은 다 남자가 만들었습니다. 조선의 왕들이 먹는 음식 역시 남자가 만들었습니다. 드라마 <대장금>은 역사적 고증으로 볼 때, 역사 판타지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남자 셰프들이 대세인 게 낯설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성별 구분하여 정해 놓는,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제발 인간답게 각자의 존엄성을 인정해주기를.
그런 의미에서 각자 자신의 입맛을 되찾기 바랍니다. 기존 한국음식의 판타지는 그들이 만든 것이지 내 것이 아니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