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 - 정의의 빈틈, 인간의 과제를 묻다
이민규 지음 / 생각정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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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흥미를 자극합니다.

뉴욕의 초보 검사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라는.

저자는 1년간 뉴욕주 검찰청 사회정의부 소속 검사로 지내면서 겪었던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사회정의란 무엇인가, 법은 어떤 얼굴을 해야 하는가, 정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저자는 법전 너머의 불완전한 정의, 추악한 현실에 대해 뉴욕의 초보 검사로서 고민하면서 인간적 과제를 이야기합니다. 뉴욕이라고 해서 뭔가 다를 줄 알았더니 검사의 삶은 뉴욕이나 대한민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 사회는 혐오주의자들이 들끓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들의 혐오가 사회를 분열시키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심각한 범죄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혐오로 인한 범죄의 피해는 유대인들뿐 아니라 흑인, 무슬림, 히스패닉, 동양인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인종, 성별, 민족, 국적, 종교 및 성정체성 등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발생하는 증오범죄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요. 막말의 선구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갈등과 분노가 과열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기 때문에 점점 진영 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증오범죄율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증오범죄를 궁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혐오를 키우고 확산시키는 구조를 고치는 것입니다. 편견을 억제하고 다양성은 존중하는 사회적 통합의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편견'에 대항할 한 가지 무기로 '참견'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참견'이란 국가가 나서서 특정 인종, 성별, 종교, 성적 취향만이 정상이고 우월하다는 무지와 편견을 깨부수고, 사회 구성원들이 딱딱한 사고 안에 갇히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뜻합니다.

법은 참견의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입니다.  유럽권 국가들은 국가형벌권이라는 무시무시한 도구로 편견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면, 미국은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적 구제를 통해 편견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단지 형사법으로 처벌하지 않을 뿐이지, 혐오표현을 '차별행위'로 묶어두어 고용평등위원회와 같은 차별시정기구를 통해 회사나 학교 내에서 자율적인 차별금지정책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혐오표현이 실제적인 폭력으로 이어져 증오범죄가 되는 경우, 미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강경하게 주동자를 처벌합니다.

그러나 법이 지닌 한계가 있습니다. 국가가 법과 사회적 기제들을 통해 참견하는 것만으로 편견을 완전히 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무분별한 편견과 혐오가 그 사회를 병들게 하지 않도록 막으려면, 개개인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저자가 법을 공부하게 된 사연은 매우 인간적으로 느껴집니다. 군 생활에서 겪었던 맞선임인 최 일병의 괴롭힘을 참아내기 위해 책 읽기를 선택했는데, 그때 처음 접한 책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었답니다. 고전 독서를 통해 지적 호기심이 극에 달했을 즈음, 맞후임인 김 일병이 법 공부를 추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답니다. 김 일병은 저자와 똑같은 이중국적자였고, 미국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따고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느라 입대 시기가 많이 늦어져 일곱 살이나 많은 큰 형님 뻘이었습니다. 당시 최 일병의 코딱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던 때에 머릿속에서 '법'이라는 단어가 떨쳐지지 않더랍니다. 그래서 결국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 LSAT 기출문제집을 구해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열악한 군 환경 속에서 LSAT 공부에 매진하여 로스쿨에 들어갔답니다. 저자는 자신이 법을 공부하게 된 이유가 딱히 없다고 말합니다. 대단한 소명의식으로 법을 공부한 건 아니라는 뜻.

다만 법을 배우고 난 뒤에 다짐했던 건, "나도 한 번쯤은 거칠게 몰아치는 물처럼 세상을 뒤흔들어보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를 다루는 노동법, 사람을 다루는 인권법, 정의를 다루는 형사법에 관심을 갖게 되어 사회정의부 소속 검사를 지망하게 되었답니다. 사회정의부는 인권침해, 차별, 노동착취, 부동산 사기, 그리고 의료 사기와 같은 생활범죄들을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부서입니다. 우발적 범죄가 아닌 계획적 범죄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부재로 인한 범죄들을 수도없이 목격하게 됩니다. 책에 소개된 범죄 사례들을 보면 인간 본성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정작 저자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회정의부가 돌아갈 수 있는 건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고 덕분이라면서, 인간의 이타심이 존재하는 한 사회정의는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 세 가지가 있단다.

첫째는 늘 아픈 사람만 봐야 하는 의사고,

둘째는 늘 사람을 심판해야 하는 판사고,

셋째는 늘 억울한 사람과 죄지은 사람만 봐야 하는 검사다."   (222p)

그 당시에는 자신과는 무관한 직업이라 생각했던 소년이 훗날 검사가 되었으니 인생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 뉴욕 검사가 된 저자는 우리에게 다음의 말을 해주고 싶답니다.

"Save Yourself  (너 자신을 지켜라)."

"사람은 언제나 법보다 크다."   (2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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