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
HELENA 지음 / 보름달데이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구애(求愛)라는 말이 참으로 옛스럽게 느껴져요. 저한테 너무 오래 전 기억이라서 그런가봐요.

당신의 사랑을 구한다, 당신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이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왠지 행복한 꿈을 꾸듯이 두근두근 그 마음을 떠올려보게 되네요.


이 책은 HELENA 헬레나님의 에세이예요.

"스물한 살의 나는

그렇게 후광이 번쩍 하고 빛나던 p를 처음 만났다." (15p)

p를 처음 만났을 때, 운명이라고 느꼈고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오로지 단 한 사람 p를 향했던 그 마음을 글로 써내려갔다고 해요.

저자는 그 순간들을 모아놓고 보니, 막무가내에 짠내마저 진동하는 10년 동안의 고백이 되었다고 이야기해요.

누구라도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면 공감할 것 같아요. 풋풋하고 어설펐던 그때라서,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던 순간들.


"나를 너무나 뜨겁게 만들던 그대는 바다 같았다.

닿을 듯 말듯 울렁이는 파도처럼 그대가 꼭 그랬다.

영영 내 발 끝에 바닷물 한 방울 조차 닿지 않을까 무서워져

그대에게 뛰어들었던 날들,

그러나 그대는 뛰어드는 나를 감당하기 버거웠던지

또 조금씩 멀어져 갔다."   (32p)


신기하죠?  저마다 다른 사람과 사랑을 했는데, 그 감정들은 어쩜 그리 똑같은 걸까요.

세상에 당신만 존재하는 것처럼 사랑했다가, 어느 순간 당신만 아니었다면 이토록 아프지 않았을 텐데...

그러니 아름다운 이별은 없는 것 같아요. 이별은 사랑했던 마음이 산산히 부서지고, 깨진 결과이므로.

한 가지 저자를 공감할 수 없었던 건 케이와의 연애였어요. p에게 화가 나서, 그야말로 홧김에 케이의 사랑을 받아줬던 것.

물론 케이를 속인 건 아니었어요. 케이는 저자가 p를 열렬히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바보 같은 사랑을 선택했으니까.

누가 누구를 탓하겠어요. 사랑 앞에 무너진 자존심, 어떤 식으로든 붙잡고 싶었을 그 마음을 어쩌겠어요.

아마 알고 있었을 거예요, 케이는.  일방적인 사랑은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과 같아요.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지 않아요.  

그래서 케이의 사랑은 언제나 과분했다고, 케이를 떠올리면 이 세상에서 가장 미안한 사람이라고 말하네요.

영화 <러브 스토리>의 명대사,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거예요."라고 하는데... 미안하다는 감정뿐이라면 사랑은 이미 식었거나 사라진 것이겠죠.

사랑하니까 미안할 수는 있어도, 미안하면서 사랑하지는 않는 것처럼.


굉장히 단순한 발상이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선우정아님의 <구애>를 들었어요.

책의 내용이 고스란히 노래 가사에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더욱 좋았어요.


당신을 사랑한다 했잖아요
안 들려요? 왜 못 들은 척 해요
당신을 바라보는 내 눈빛 알잖아요
안 보여요? 왜 못 본 척 하냐구요
난 언제나 그랬어 당신만 쭉 바라봤어
넌 언제 그랬냐 역정을 내겠지만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당최 모르겠어서
이렇게 저렇게 꾸며보느라 우스운 꼴이지만
사랑받고 싶어요 더 많이 많이
I love you 루즈한 그 말도 너에게는
평생 듣고 싶어 자꾸 듣고 싶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언제까지
I wanna hold on to your heart.   - 선우정아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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