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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물랭호텔 1 - Hoôtel du Moulin
신근수 지음, 장광범 그림 / 지식과감성# / 2019년 7월
평점 :
물랭호텔.
처음 제목을 보자마자 왠지 드라마가 먼저 떠올랐어요.
호텔을 배경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들... 뭔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일 것 같아서.
파리 몽마르트르- 물랭호텔.
놀랍게도 파리의 첫 한인호텔이라고 해요.
이 책은 물랭호텔을 경영했던 저자의 추억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물랭호텔은 별 2개의 관광호텔이어서 주 고객이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고 해요.
근무자가 수십 명 일하는 체인호텔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숙박업소인 거죠. 그래서 온 가족이 달라붙어 일했고, 함께 일하던 근무자는 모두 파리 유학생들이었대요.
초기에는 한국인이 많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외국인으로 바뀌었대요.
27년 동안 27만 명의 세계인들이 잠시 머물러 갔던 곳.
그 위치는 몽마르트르 언덕 위 거리에서 '아베스(Abbesses)' 거리가 문 앞이었고, '물랭루즈(Moulin Rouge)'와 '성심성당(Sacre Coeur)'의 중간이었대요.
한국인 국적으로 프랑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호텔을 운영하게 되었다니 매우 드문 경우인 것 같아요. 더군다나 호텔업은 처음이었다고 하니 대단한 용기와 도전이 아니었나 싶어요. 정말 한국인은 세계 어디에 살든 불타는 의지와 열정으로 무엇이든 이뤄내는 것 같아 자랑스럽기까지 했어요.
특히 물랭호텔에 머물렀던 다양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진짜 드라마 같았어요.
호텔에서 일했던 투니지아 유학생이 프랑스에서 학위를 따고 고국으로 돌아갔는데, 20여 년 후에 찾아와서 명함을 건넸는데, 대법원 대법관이 되어 있었더라는... 그밖에도 음악가, 영화인, 작가, 가수, 화가, 발레리나 등 별별 사람들이 머물렀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런데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저자의 아내였어요.
물랭호텔이 존재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아내분의 역할이 컸어요. 프랑스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지 고작 1년 반만에 어마무시한 직격탄을 맞았다고 해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면서 프랑스, 영국 연합군이 참전했던 거예요. 전쟁의 여파로 객실 판매율은 급격히 떨어졌고 당장 은행 돈을 갚을 길이 막막해졌던 거예요. 암울한 상황에서 저자는 해서는 안 될 극한 선택을 하려고 했고, 그때문에 폐쇄병동에 한 달간 입원했다고 해요. 파산의 공포로 흔들리는 남편을 대신해서 아내는 굳건하게 물랭호텔을 지켜낸 거예요. 자그만치 27년을 버텨 냈어요. 피, 땀, 눈물... 강인한 의지로 붙잡아 준 아내 덕분에 저자는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았다고 해요.
멋지고 화려한 호텔만을 상상했는데 그건 잠시 머무르는 손님의 입장이었네요. 실제로 호텔을 운영하고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치열한 삶의 현장인 것을.
1962년 서울, 문학을 사랑했던 고등학생이 1989년 파리의 몽마르트르에서 물랭호텔을 운영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2019년 서울에 와본 저자는 마지막 소감을 이렇게 말하네요.
"세월이 흘러간 자리에 추억만이 남았다.
인생의 썰물 나이에 이르러, 젊은 날의 썰물 시절을 추억했다." (293p)
<몽마르트르 물랭호텔>을 다 읽고 나니 진짜 드라마가 맞았네요.
현실에 존재하는 감동적인 인생 드라마.
우리의 인생은 각자 자신만의 드라마일지도... 오늘은 어떤 드라마였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