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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고 미워했다 ㅣ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속마음을 거림낌 없이 표현했다는 점에서 놀라워요.
그 누구라도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 마음 깊숙히 어딘가에 있을 감정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열세 살 여자애가 어른이 되기까지.
"미움. 그것은 금지된 단어였다.
나는 내 여동생을 미워했다.
내가 믿는 종교에서는 단순히 남에게 화를 내는 것만으로도
신의 심판을 받게 되며 미움은 살인과 같은 죄악이라고 가르쳤다.
나는 캐롤라인이 죽는 꿈을 자주 꾸었다.
... 나는 꿈속에서 늘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이제 캐롤라인에게서 벗어났다는 주체할 수 없는 환희 그리고... 지독한 죄의식.
... 때로 나는 하느님에게 분노를 터뜨렸다.
하느님이 소름 끼칠 정도로 터무니없이 불공평한 것에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하지만 내 분노는 언제나 자책으로 바뀌었다.
... 하느님은 언제나 당신이 총애하는 인물들은 살인을 저질러도 용서해 주셨다.
살인을 했던 모세는 어떠한가?" (98-99p)
<사랑했고 미워했다>는 라스섬에 사는 어느 소녀의 성장기예요.
주인공 '나'는 여동생 캐롤라인을 몹시 미워하고 있어요.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쌍둥이였기 때문에 언제나 늘 모든 걸 함께 했어요.
라스섬에는 나와 캐롤라인을 포함한 여섯 명의 아이들이 있었어요. 피아노 조율사 아저씨가 한 달에 한 번 연락선을 타고 와서 피아노를 가르쳤어요.
아이들의 피아노 실력은 엇비슷했어요. 하지만 캐롤라인은 아홉 살 무렵에 쇼팽을 쳤고 열 살 무렵에는 피아노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불렀어요. 그때 확실해졌어요. 캐롤라인의 진짜 재능은 목소리라는 걸.
섬 고등학교에 두 명뿐인 선생님 중 새로 부임한 젊은 남자 선생님은 단번에 캐롤라인의 재능을 알아봤어요. 라이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쳤고 모두 열심히 노래 연습을 했어요. 라이스 선생님은 캐롤라인이 성악 레슨을 받아야 한다고 우리 부모님을 설득했고, 돈 때문에 망설이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본토에 있는 대학 음악과 학과장에게 무료 강습을 받을 수 있게 해줬어요. 당시 나는 내 여동생을 자랑스러워했지만 그 자랑스러움 아래 뭔가 다른 마음이 파고들었어요.
열세 살의 나는 삶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요. 그건 내 불행이 캐롤라인이나 할머니나 엄마 탓, 심지어 내 탓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어요. 또 전쟁 탓일 거라고...
그러니까 마냥 즐겁던 어린애 시절은 끝나버렸어요. 낙원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처럼.
'나'의 시점에서 바라보면 캐롤라인은 내가 받아야 할 사랑까지 모조리 빼앗아가는 존재예요. 더 싫은 건 캐롤라인이 나를 '휘즈'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거예요.
나는 가족들이 내 존재를 깨닫고 내가 받아야 마땅한 모든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 줄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나의 아주 터무니없는 공상 가운데는 성경 속 요셉(*야곱이 가장 총애하는 아들로 형제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는다.)의 꿈에서 비롯된 장면이 있었다.
요셉은 어느 날 자신의 모든 형제들과 부모님까지 자신에게 절을 하는 꿈을 꾸었다.
나는 캐롤라인이 나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상상을 했다.
물론 처음에는 캐롤라인이 비웃으며 거절했지만, 그러나 하늘에서 거대한 손이 내려와서 캐롤라인을 떼밀어 앉혀 무릎을 꿇게 했다.
캐롤라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오, 휘즈."
캐롤라인이 사과하기 시작했다.
"날 더 이상 '휘즈(* '쌕쌕이'란 뜻. 아기 때 백일해를 앓아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쌕쌕거려서 얻은 별명)'라고 부르지마.
'사라 루이스'라고 불러."
나는 어둠 속에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두 살 때 이후로 캐롤라인이 나를 얕잡아 부르던 별명을 벗어던진 것이다. (54-55p)
얼마나 속상하고 괴로웠으면 성경 속 장면을 상상했을까 싶어요.
실제로 이 소설의 원제는 <Jacob Have I Love>이며, 성경 로마서 9장 13절에 나오는 " I loved Jacob but hated Esau. (나는 야곱을 사랑하고 에사우를 미워하였다)" 라는 구절에서 따온 거라고 해요. 여기에서 '나'는 하느님이고, 하느님이 쌍둥이 동생 야곱은 사랑하고 형인 에사우는 미워했다는 내용이에요.
사실 부모님이 더 특별히 캐롤라인을 사랑한 건 아니었어요. 캐롤라인이 애교가 많아서 애정 표현을 더 많이 했던 건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루이스는 혼자 소외감을 느낀 거예요. 성격이나 성향이 완전 정반대였던 거죠. 루이스는 아빠에게 필요한 아들 노릇을 하고 싶었어요. 아빠와 함께 그물로 게를 잡고 배 타는 일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당시 라스섬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일을 엄격하게 구분되어서 여자아이는 어부의 배를 탈 수 없었어요. 그래서 루이스는 친구 콜(맥콜 퍼넬)과 함께 쪽배를 타고 게를 잡으러 다녔어요.
정말 신기하게도 루이스의 심정을 고스란히 다 공감했어요. 만약 누군가 루이스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그러나 모든 건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뭔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시간.
사라 루이스 브래드쇼는 결국 깨달았어요. 엄마와 나눴던 대화가 어떤 의미였는지, 그게 인생이라는 걸.
굉장한 인생 드라마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