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서 (스페셜 에디션) - 영혼의 순례자 칼릴 지브란
칼릴 지브란 지음, 로렌스 알마-타데마 그림, 강주헌 옮김 / 아테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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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북이에요.

딱 제 손바닥만 한 책.

칼릴 지브란의 <지혜의 서>는 손꼽는 고전 작품이라서 오랜 세월 사랑받아 왔지요.

이 책은 애독자들을 위한 특별판, 스페셜 에디션이에요.

무엇이 특별하냐고 묻는다면, 지혜의 글과 함께 명화 30여 점이 실려 있다는 점이에요.

로렌스 알마 타데마 경(1836-1912)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역사화가라고 해요. 고전주의 작품으로 고대 문명을 이상적인 면모로 정교하게 재현해냈다고 하네요.

그의 작품들을 본 제 첫 소감은 "아름답다!"라는 거예요.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랄까.

요즘말로 안구가 정화되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그림이 주는 기쁨 덕분인지 지혜의 말씀이 더욱 강렬하게 가슴 깊숙히 들어왔어요.

이 책에는「스승과 제자의 대화」 두 편과  「지혜의 말씀」스무 편이 담겨 있어요.


"... 그런데 제 영원한 벗을 이런 모습으로,

생명을 잃은 채 싸늘한 시체로 변한 모습으로

제게 보여주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신이여, 당신은 저를 고향에서 끌어내어 다른 땅으로 인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삶을 이기는 죽음의 힘을,

기쁨을 짓누르는 슬픔의 힘을 제게 보여주셨습니다.

당신은 사막처럼 황량한 제 가슴에 흰 백합을 심어주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 외딴 땅까지 저를 데려와

시들어버린 백합을 보여주시는 것입니까?"


"고향을 떠난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친구들이여,

신은 내게 삶의 쓰라린 잔을 마시게 했던 것이라네.

그분의 뜻은 뜻하는 대로 되었다네.

그렇다네, 무한한 우주에서 우리는

한없이 작고 허약한 원자에 다름 아니라네.

우리는 신의 뜻에 순종하고 따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일세.

우리가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우리에게서 시작된 것도 아니고 우리를 위한 것도 아닐세.

우리가 기뻐하지만 그 기쁨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에 있는 것일세.

우리가 고통받지만 그 고통은

우리 상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의 가슴에 있는 것이라네.

그래, 나는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으려네.

불평하는 사람은

삶을 의심하는 사람일 테니까."  (53-55p)


지금의 나에게 신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면 주저없이 지혜를 달라고 하겠어요.

적지 않은 세월을 지나오면서 수없이 많은 불평들을 쏟아냈어요. 뭔가를 탓하고 투덜댄다는 건 그저 핑계였어요. 나는 아무 문제 없는데 세상이 문제라는 식으로...

책 속에 담긴 지혜의 말씀 중에 "그래, 나는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으려네."라는 부분에서 나를 돌아봤어요. 비겁해서 부끄럽고 반복해서 어리석은 나.


"지혜의 말씀과 더불어 살아라.

그 말씀을 무작정 암송하는 것에서 그치지 마라.

뜻도 모른 채 암송한다면

책을 잔뜩 짊어진 나귀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187p)


지혜의 말씀을 고스란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적어도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담아보려고 해요.

다행히 이 책은 작은 사이즈라서 얼마든지 가지고 다닐 수 있어요. 뜻도 모르면서 책만 들고 다니는 나귀가 되더라도 괜찮아요. 당장 깨닫지 못한다 해도 언젠가는 깨달을 날이 오겠지요. 조급하게 군다고 달라질 건 없더라고요. 신의 뜻에 순종하고 따르는 일, 나에게 주어진 삶을 의심 없이 살아가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오랜만에 다시 읽는 칼릴 지브란의 <지혜의 서>, 역시나 좋았어요. 똑같은 내용이지만 매번 읽을 때마다 다른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빗방울이 촉촉히 땅을 적시듯이 지혜의 말씀도 메마르고 부족한 어딘가에 스며드는 것 같아요.

또한 그림이 주는 힘으로, 글 대신 그림만 감상해도 좋은 것 같아요.

무엇이든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가장 크게 와닿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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