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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발견 - 카피라이터 유병욱이 말하는 평소의 관찰, 메모, 음악, 밑줄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뭔가 다르네요.
18년차 카피라이터의 책.
문장 하나하나가 광고 문구처럼 쏙쏙 머릿속에 들어오네요.
"인간은 치약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시간을 우리는
치약으로 살고 있습니다.
짜내고, 짜내다가, 텅 빈 껍데기로 버려지는 삶.
...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을,
능력 이상으로 많은 일들을 쳐내기 위해 책상에 앉아 있는 세상의 치약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뭘까요?
저는 그것이, '평소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날들을 얼마나 풍부하고, 충만하게 보내느냐가
우리를 치약이 될 운명으로부터 구원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평소의 관찰. 평소의 독서. 평소의 음악. 평소의 여가.
틈틈이 나를 채울 수 있다면, 생각의 재료들을 쌓아둘 수 있다면,
고통스럽게 내 밑바닥을 보는 일은 줄어듭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그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린 보석들이
특별한 생각으로 태어나는 경험을 합니다.
...
짜냄의 시대에 굴하지 않고, 치약이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부디 책을 통해 전하는 저의 '평소'가
여러분의 '평소'에 가서 닿기를." - 작가의 프롤로그 중에서
"저기, 잠시만요~" 라고 나를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멈춰 서 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치약 같은 나'를 내려놓았어요.
오, 카피라이터의 평소 이야기가 꽤 재미있어요. 평소의 나와 비슷한 부분을 발견하면 반갑고, 새로운 부분은 신기해서 좋았어요.
그 중에서 박웅현 작가님과 함께 일하던 시절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어요. 최악의 광고주를 만나 괴로웠던 그때, 당시 저자는 아직 CD가 되기 전이고, 팀장이던 박웅현 CD님에게 참았던 불만을 털어놓았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시더래요.
"그 사람 참 쉽지 않지? 그런데 있잖아. 내 생각에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는 2년인 것 같아."
"2년이요?"
"응. 나는 그랬어. 2년 정도가 지나면,
정말 별로였던 그 사람이 알아서 회사를 옮기거나, 아니면 내가 내 자리를 떠나게 되더라.
너무 마음 쓰지 마." (242p)
진짜로 사회 초년생 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는 참으며 버텼는데 살다보니 깨닫게 되더라고요. 박웅현님의 얘기처럼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는 2년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해져요. 이 또한 지나가리... 남에게 고통을 주면 고스란히 돌려받게 되는 것 같아요. 인과응보, 라고 믿으면 나쁜 X 욕할 필요가 없어요.
또한 2년이라는 시간은, 카피라이터에게 절대적인 시간이라고 해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좋은 카피를 실제로 써 내려가기 위해서는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영역을 불문하고 지식을 습득하여 자신의 것으로 변환하는 데에는 절대적인 시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시간의 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 있는 것들이 더욱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해요. 요즘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흘러가니까 숙성의 시간을 놓치는 것 같아요. 맨처음 나왔던 치약 이야기처럼.
치약이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야겠어요. 그래서 나의 '평소'를 제대로 만끽하며 살아야겠어요.
<평소의 발견> 덕분에 내 안의 빈 방을 확인했고, 무엇으로 채워야할 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천천히 둘러보니 좋은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