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것은 '후추' 때문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후추를 향한 인간의 '검은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8p)


와우, 인간의 검은 욕망이라~~

이 책을 읽게 된 건 바로 이 문장 때문이에요.

'후추'라고 쓰고 '검은 욕망'이라고 읽는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평범한 식물들이 어떻게 인류 역사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인류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라서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위대한 식물 13가지예요.

지금 우리에게는 평범하다 못해 흔한 식물인 후추, 감자, 토마토,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이에요.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식물과 인간의 관계 혹은 관점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는 후추를 거의 먹지 않아요. 너무 자극적인 맛이라서 후추와 같은 향신료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만약 후추가 금처럼 비싸게 유통되었던 15세기에 살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 당시 후추는 고기를 오래 보존하는 데 필요했지만 단지 그 용도 때문에 비싼 건 아니었다고 해요. 귀족이나 상류층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후추가 꼭 필요하지 않았어요. 후추는 필요재가 아니라 사치재였던 거죠.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자신의 높은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목적이 더 크게 작용한 거예요. 저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한 일, 바스쿠 다가마가 희망봉을 돌아 인도까지 가는 항로를 개척한 일, 마젤란의 세계 일주 등이 모두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를 구하는 데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식민 지배를 당하는 나라의 입장에서는 향신료가 표적이 되면서 세계 식민지화를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한 거예요.

콜롬버스는 자신이 도착한 땅을 인도로 착각해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는 원주민을 인도 사람이라는 의미로 인디언으로 불렀어요.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알게 된 고추를 후추를 의미하는 '페퍼'라고 부른 것도 이런 시대적, 정치적, 경제적, 역사적 맥락으로 보면 의도적인 착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해 콜럼버스에게 아메리카 대륙의 고추는 후추여야만 했던 게 아닐까라는. 실제로 후추를 찾지 못한 콜럼버스는 후추 대신 고추를 유럽에 들여왔어요. 아쉽게도 유럽에서 고추는 후추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재미있는 건 유럽인에게 외면당했던 고추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는 거예요. 그건 고추가 가진 요리 보존 효과 때문이에요. 매운맛이 나는 고추는 해충 번식을 예방하기 때문에 고추가 들어간 음식은 오래 상하지 않고 보존할 수 있어요. 그러니 무더운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의 국가에서는 더위에 식욕을 돋워주는 음식 재료로 널리 쓰이게 된 거죠. 또한 고추가 지닌 강력한 중독성을 빼놓을 수 없어요.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이 인간 뇌에서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매운 맛에서 쾌감을 맛본 거죠. 고추를 고추장 형태로 만들어 섭취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해요. 왠지 이 부분에서 매우 자랑스러웠어요.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

후추 못지 않게 욕망의 상징이 된 식물은 튤립이에요. 원래 네덜란드에서 튤립은 외래종 식물이에요. 네덜란드 식물원에서 튤립의 시험 재배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극복하고 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데에 성공한 거예요. 당시 네덜란드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 국내 남아도는 돈으로 사치의 끝판왕인 튤립 알뿌리를 앞다투어 사들였던 거예요. 사람들이 너도나도 튤립을 사재기를 하니까 가격이 치솟았고, 나날이 인기가 높아졌어요. 튤립 열풍이 튤립 광풍으로 이어지더니 자그마한 튤립 한 뿌리가 집 한 채 가격에 맞먹는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었어요. 부풀 대로 부풀어 오른 거품경제는 언젠가 꺼지고 말죠. 이것이 역사적으로 '튤립 거품'이라고 부르는 세계 최초의 거품경제라고 해요.

인류의 역사는 인간이 식물 재배를 시도한 그 시점부터 시작되어, 이 책에 등장하는 위대한 식물들과 함께 극적인 변화를 겪어 왔어요.

얼핏 인간에게 식물은 욕망을 위한 도구의 대상처럼 보여요. 과연 그럴까요. 식물이 인간을 지배해 온 것은 아닌지도... 그만큼 세계사 속 식물의 영향력이 엄청났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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