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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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설 속의 인물, 사건, 지명, 장소 등은 모두 허구이며 실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너무나 뚜렷하게 현실의 인물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과 사람들.

고위공직자와 검찰 경찰의 비리들.

그 모든 것들이 '국민참여재판'이라는 무대에서 종합예술처럼 펼쳐집니다.

무대 안과 밖, 그 뒤에 숨겨진 부분까지 낱낱이.


주인공 윤진하는 형사부 검사입니다. 실력은 좋으나 비주류 검사라서 출세를 위해 윗선에 충성을 다하는 스타일.

훈훈한 외모와 신뢰감 주는 목소리로 배심원을 설득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아예 국민참여재판 전담 검사가 됩니다.

그가 맡게 된 사건은 지난해 말, 화산역 인근의 만호 저수지에서 십대 소녀의 변사체가 떠올랐고, 형사들의 탐문 수사로 붙잡힌 용의자가 화산역을 떠돌던 노숙자여서 이슈가 됐던 살인 사건입니다. 처음에 피의자는 순순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는데, 갑자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입니다.

피의자 변호는 국선변호사 김수민이 맡게 됩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위한 배심원 후보 명단을 검토하던 윤진하는 놀라운 이름을 발견합니다.


62세, 남자, 무직, 화양도 영원시...... 장석주.


그는 바로 전직 대통령 장석주입니다.

대통령 이전에 인권 변호사로 유명했던 장석주가 배심원이 되어 직접 재판에 참여하게 됩니다.

일곱번째 배심원이 된 전직 대통령.


피의자 자백으로 유죄가 거의 확실시 되었던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이 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출세욕과 능력으로 무장한 윤진하 검사와 가진 거라곤 정의감과 열정이 전부인 풋내기 김수민 변호사.

검사측이 유리한 상황으로 진행되던 재판이 한 판 뒤집기처럼 바뀌려는 찰나.

갑자기 속보가 뜹니다.


[속보] 장석주 전 대통령, 주광형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 뇌물수수.


배심원의 입장에서 재판의 추이만 지켜보다가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이 소설에서 윤진하라는 인물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의롭지도 양심적이지도 않은, 그저 권력을 가진 자의 편에 서고 싶어하는 지극히 세속적인 인간.

그런 그가 자꾸만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괴로워하는 이유는 뭘까요. 

윤진하는 권력이 순전한 악이 아닌 최소한의 상식은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속물이라도 그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딱 그 정도의 내적 합리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고.

그래서 정의의 편에 설 용기도 없고, 악의 화신이 될 뻔뻔함도 갖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장 익숙한 한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바로 나 자신.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현실에서 결정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가짜 뉴스나 가짜 증거 말고, 진실을 알게 되었다면 더 이상 핑계 댈 것이 없다면.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소설은 "만약에~~ "라는 허구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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