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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직지(直指).
바로 가리킨다는 뜻이다. 이 직지의 본래 명칭은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 白雲和尙抄錄 佛祖直指心體要節'로,
백운화상이 편찬한 마음의 실체를 가리키는 선사들의 중요한 말씀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
직지는 고려 말인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상·하 두 권으로 인쇄되었는데 현재 하권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 작가의 말 中 에서.
제목이 주는 강렬함.
당연히 '직지'에만 관심을 쏟느라 놓치고 있었어요.
아모르 마네트 amor manet 라는 부제는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라는 뜻을 지닌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라는 라틴어 글귀의 후반부라고 해요.
처음부터 부제를 신경쓰지 못한 건 첫 장면이 끔찍한 살인 현장이기 때문이에요.
예민한 독자였다면 바로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시나 <직지>를 읽기 전에 이 글을 읽는 분들을 위해서 마지막 문장을 꺼내어 천천히 그 의미를 되새겨보네요.
사랑은 남는다...
피살된 인물은 라틴어 전공을 했던 전직 교수 전형우.
귀가 잘리고 창이 심장을 꿰뚫었으며 목에는 송곳니 자국으로 추정되는 네 개의 선명한 구멍이 남아 있었어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지만 목에 난 네 개의 구멍은 죽은 후 피가 빨린 것이라고 해요.
사회부 기자 김기연은 전 교수의 기묘한 주검을 보고, 피살된 이유와 그 배후를 찾아나서게 돼요.
그리고 전형우 교수의 죽음이 '직지'와 관련되었다는 걸 알게 돼요.
전 교수는 죽기 반 년 전, 서원대학교 김정진 교수에게 '교황 요한 22세의 편지'를 해석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어요.
서원대학교와 청주시는 직지 알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교황의 편지는 직지 연구의 일환이었어요.
도대체 전 교수는 누가, 왜 죽인 걸까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직지에 대해 아는 건 교과서적 지식이 전부였어요.
구텐베르크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 줄 알았는데 직지의 발견으로 직지가 최소 78년 이상 앞섰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직지는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책이에요.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가장 충격적인 방식, 즉 살인 사건을 통해 직지와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어요.
처음에는 김기연 기자의 집요한 추적 과정이 소설의 주된 줄거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점점 읽을수록 추리가 아닌 역사에 빠져들었어요.
우리가 직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유구한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걸.
다 읽고나서야 '아하!' 비로소 깨닫게 되는 그것.
바로 가리킨다...
그러니까 직지는 그 자체가 아닌 역사의 안내자로서 우리를 이끌었던 거예요. 역사는 과거의 사실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그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 같아요. 깊은 감동을 느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