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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무심코 읽었다가 쓸데없이 똑똑해지는 책
오후 지음 / 웨일북 / 2019년 7월
평점 :
무심코 들었던 농담이 기억 속에 오래 남는 이유는?
재미있으니까.
깔깔깔 웃었다면 더더욱.
공부해야지 하며 펼쳐든 책은,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라~~ 수면제가 따로 필요 없지요.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는 가볍게 읽지만 깊숙하게 자리잡는 과학 이야기책이에요.
그럼 이 책을 통해 부족한 과학 지식을 가득 채우고 기술을 익힐 수 있을까요?
저자 오후님의 답변은 명쾌해요.
"꿈 접으시라. 책 한 권으로 그런 게 가능했다면 우리가 여태껏 과학을 모를 리 없다.
과학과 기술 관련 지식은 자주 접하지 않아서 어렵게 느끼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어렵다.
우리가 그 모든 걸 아는 건 불가능하다.
... 나는 당신에게 과학 지식을 전달할 만큼 정확히 알진 못한다. 나도 문과생이다.
다만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서 들려줄 생각이다.
... 원래 교양이란 삶에 별 쓸모 없는 걸 굳이 알아가는 과정이니까.
이런 사치를 누리는 것 또한 과학 기술이 우리에게 선사한 또 하나의 선물이 아니겠는가.
비록 우리가 그 기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12-13p)
기왕이면 재미있게, 농담으로 과학을 말할 수 있다면 제법 똑똑하다는 뜻이겠죠.
대단한 지적 호기심이 없더라도 괜찮아요. 그냥 소소한 지적 허영심만 있어도 충분히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요.
그래도 함부로 책을 펼칠 수 없다는, 매우 신중한 독자들을 위해 어떤 내용이 있는지 소개할게요.
모두 7개의 챕터로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어요. 각 챕터마다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으니 골라 볼 수 있어요.
첫 번째 주인공은 질소!
맬세스가 인구 증가로 인해 걱정했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소가 중요해졌어요.
19세기 이전 유럽은 주로 초석( KNO₃, 질산칼륨)을 비료로 사용했어요. 농업의 효울성을 올리기 위해서 강대국은 질소 찾기에 혈안이 되었대요.
이때 독일의 무명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등장해요. 1908년, 하버가 암모니아 합성에 성공했으나 상용화 시킨 건 보슈와 바스프 사의 노력이에요.
바스프는 독일 오파우 지역에 공장을 만들고 비료 대량 생산을 했는데, 오파우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엄청난 인명 피해를 입었어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하버는 전쟁 내내 전쟁에 필요한 온갖 것을 만들었어요. 그 결과물이 독가스 개발이었어요.
하버의 부인 클라라 임머바르는 독일 대학 최초의 여성 화학 박사예요. 그녀는 하버의 동료였기 때문에 결혼 후에도 자신이 계속 연구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하버는 동료 화학자가 아니라 폭군이었어요. 클라라에게 자신의 뒷바라지만 하라고 강요했고 공공연하게 바람을 피웠대요.
하버의 독가스 개발을 알게 된 클라라는 언론을 통해 "남편의 연구는 만행이며 과학을 악용하는 짓"이라며 맹비난을 했어요. 그러나 하버는 독일 정권에 충실한 개가 되어, 독가스 개발에 성공했어요. 1915년 2차 임프르 전투에서 첫 번째 독가스 살포로 연합군 15,000여 명이 끔찍한 죽음을 맞았고, 승전 소식을 들은 독일 황제는 하버에게 철십자 훈장을 내렸어요. 승전 축하 파티가 있던 날 밤, 클라라는 남편의 권총을 꺼내 자신의 가슴을 쏘아 자살했어요. 아내의 죽음을 보고도 하버는 멈추지 않았어요.
1933년, 히틀러가 총리가 되자마자 인종법을 실행해 유대인 차별을 공식 선언했고, 유대인이었던 하버는 깔끔하게 쫓겨났어요. 한때는 독일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하버는 영국으로 망명길에 올랐으나 독가스 개발자라는 악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어요. 그는 팔레스타인으로 가던 도중 스위스 바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어요.
이후 하버의 독가스 연구를 이어받은 독일의 과학자들은 치클론 B를 완성했고, 이 독가스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사용되었어요.
하버가 완성한 질소 고정은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해냈으며 동시에 독가스로 천만 명 이상 죽음으로 몰고 갔어요. 인류를 위한 과학자의 삶이 아닌 권력을 향한 기술자로 살았다는 점에서 비극을 자초했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 주인공은 단위!
단위가 없다면 우리에게 기술과 과학은 불가능하다는 사실.
도량형 통일이 왜 중요한지 진시황과 프랑스 혁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단위를 몰라도 살아가는 데 전혀 불편함을 못 느끼는 사람들에게 시시한 주제일 수 있으나 알고보면 신기해요.
세 번째 주인공은 플라스틱~
네 번째는 성전환, 수술 그리고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다섯 번째는 허세가 쏘아 올린 인류의 꿈, 즉 소련과 미국의 우주과학 이야기예요.
여섯 번째의 주인공은 빅데이터예요. 가장 친근감 느껴지는 주제인 것 같아요.
빅데이터에서 데디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빠른 인터넷 속도와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이에요. 나름 IT 강국을 자랑하는 한국이 ICT는 미국보다 2년 정도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요. 전국에 처음 고속 인터넷이 깔렸을 때 기업과 공공기관은 남는 데이터를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서 저장하지 않고 날려버렸어요. 데이터의 가능성을 미처 몰랐던 한국은 ICT 발전이 정체되었다가 뒤늦게 따라가는 중이에요.
빅데이터가 바꿀 사회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입니다. 합리성을 무기로 심각한 빅데이터 차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데이터의 탁월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 신뢰가 가져오는 폭력성은 사회의 불평등을 고착하고 변화를 막는 명분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빅데이터라는 쓰나미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곱 번째는 날씨 이야기예요.
결론적으로 이 책에 대한 소개는 "재미있다."라는 한 마디면 충분했어요.
굳이 구구절절 설명한 이유는 그냥 수다 본능인 것 같아요. 새롭고 신기한 걸 알게 되면 주변에 떠들고 싶은 심리?
혹시나 심심한 분들에게 적극추천해요. 술술 읽게 되는 과학책 한 권이 당신의 지루함을 지식으로 채워줄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