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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나무의 모험>은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숲 전문가 맥스 애덤스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은 '나무'를 주제로 한 열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요즘처럼 도시 생활을 주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무는 배경처럼 느껴집니다. 곁에 있지만 별로 의식하지 않는 무관심의 대상.
나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면서 더 알고자 하는 호기심마저 사라진 듯한.
그렇다면 우리에게 나무란 무엇인가요.
저자는 인류가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나무를 지혜의 근원으로 보아왔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무와 숲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아낌없이 베풀었고 무지를 일깨우는 매우 특별한 탐구 대상이 되었습니다.
인간은 나무를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나무에 대해 알고, 나무라는 재료를 다룰 줄 알게 되면서 인류가 생존을 위해 갖춰야 할 거의 최초의 지식을 얻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숲의 자식들이라고 말합니다.
나무가 우리의 스승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는 그들의 제자라고.
그만큼 나무는 인간과 늘 공존해 오면서 인류 문화와 물리적 진화에 밀접하고 결정적인 영향을 준 지혜의 산실입니다.
이 책은 인간과 나무에 관한 오랜 역사를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그 중 나무에 관한 부분만 살펴볼까요.
꽃을 피우는 식물은 1억 5000만 년 전에 도래했고, 이 가계도에서 현재까지 살아남은 가장 오래된 생존자는 목련나무입니다. 최초로 꽃이 피는 식물이 출현한 이래 5000만 년 동안 속씨식물은 엄청나게 세력을 확장했고, 참나무와 같은 현대적인 활엽수가 다양성과 세력범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나무 세계를 압도적으로 장악했다고 합니다. 진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세력들은 너도밤나무, 물푸레나무, 자작나무, 개암나무 등이라고 합니다. 6만 5000종에 이르는 나무들은 새로운 도전과 경쟁에 적응하며 다양성의 미로를 탐험하는 중이랍니다.
은행나무 종은 2억 7000만 년 정도 된 살아 있는 화석입니다. 야생에서 자생하는 은행나무들은 2000년 넘게 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은행나무는 폭발지에서 불과 1.6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나무였다고 하니, 그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나무는 동물과 달리 자손번식을 위한 진화적 미래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동물은 짝짓기라는 선택이 가능하지만 나무는 완전히 자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수분을 하는 식물들은 유전학적 다양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먼저 꽃가루의 구조를 보면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다른 종과의 이종교배 확률을 줄이기 위하여 아주 작고 매끈하며 건조한 둥근 입자의 꽃가루를 만들어냈습니다. 꽃가루는 너무 가벼워서 일단 분비되면 위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나무들은 수꽃을 낮은 가지에, 암꽃은 높은 가지에 피게 하고, 어떤 침엽수들은 엄청난 양의 꽃가루를 만들어냅니다. 나무의 이런 여러 가지 노력이 얼마나 성공적인지는 생물학적 진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들려준 나무 이야기 중에서 물푸레나무가 기억에 남습니다.
물푸레나무는 바이킹어로 '세상의 나무'라는 뜻의 '이그드라실(Ygdrassil)'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찰라 프락시니아라는 곰팡이균이 유럽을 휩쓸면서 덴마크에서 물푸레나무가 거의 전멸되었고 영국의 물푸레나무도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한때 물푸레나무는 영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이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방치되어 있습니다. 물푸레나무의 꽃말은 겸손, 열심이라고 합니다. 잎이 늦게 달리는 편이고, 참나무나 너도밤나무처럼 햇빛을 과하게 탐하는 수종이 아니라서 다른 식물들도 물푸레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잘 자랄 수 있습니다. 나무의 특성들을 하나씩 알게 되니 그 나무에 대한 감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우아하고 뛰어난 탄성을 지닌 물푸레나무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나무를 더 많이 심고, 기존의 숲들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나무가 아무리 참을성이 많다고 해도,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나무의 모험>을 통해 인간과 나무, 숲 사이의 오래된 동반자 관계를 이해하고 그 혜택에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