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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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고백 하나를 할까 합니다.

저는 일본소설을 읽을 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 읽고나도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이름을 말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책을 펼쳐 봐야 합니다.

그들이 어떤 말을 했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다 말할 수 있는데, 유독 이름만 왜 머릿속에서 휘발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이름을 기억할 필요 없는 책을 만났습니다.

고바야시 히로키의 소설『Q&A』.


저만 그런가요?

네이버 책에서  " Q&A "라고 검색하니, 이 책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몇 번 반복하다가 " Q&A 고바야시 "라고 검색하니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럴 수가... 이 소설 속 이름없는 아이처럼 혹시?

에이, 그럴 리가... 그냥 우연의 일치겠지요?


『Q&A』는 매우 얇고 작은 책입니다.

금세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고 난 다음부터 " Q&A "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Q는 어떤 소년의 이름입니다. 원래는 성당에서 붙여준 이름이 있는데, 조지, 루이, 이사야, 시몬 등등

하지만 그 이름을 거부했습니다.

Q는 성당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 살았습니다. 모두 열 명의 아이들인데, 부모에게 버림받았습니다. 

언젠가 엄마 아빠가 데리러 와서 진짜 이름을 불러줄 날을 꿈꾸면서, 최대한 무미건조한 기호 같은 것으로 서로를 부르자고 정한 것입니다.

Q는 키가 작아서 뒤에서 두 번째, 앞에서 헤아리면 아홉 번째라서 '9'라는 번호가 주어졌습니다.

그 뒤에 앤드. & 를 만나면서 앤드가 '9'에게 새로운 이름 'Q'를 줬고, 비로소 Q 가 되었습니다.

일본어에서 숫자 9 는 '큐' 혹은 '쿠'로 발음한다고 합니다.

앤드가 준 새로운 이름 Q , 앤드의 설명을 듣고나면 누구나 Q 라는 이름에 빠져들지도...


"여기 O 라는 글자, 혹은 원이라는 기호가 있어. 완결됐지.

O 를 그리는 선은 결코 바깥으로 뻗어나가지 않아.

선은 영원히 O  속에 갇혀 있어.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

그는 종이에 그린 원 아래쪽에 매끄러운 곡선을 추가했어.

O 가 아니라 Q 로 변했지.

"봐봐. Q 라는 글자는 마치 이 완결된 선이 달아날 수 없는 O 의 운명에서 빠져나와

한없이 뻗어나가는 광경 같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네 말대로야. 그렇게 보이네."

"난 Q 라는 글자에 희망을 느껴.

이 닫힌 현실에서 빠져나갈 가능성과 확장성이 보이거든.

Q 는 내게 희망의 상징이야."   (133-134p)


앤드 & 는 그림을 그려서 현실을 재창조했습니다. 그림을 통해서만 세상을 파악할 수 있고, 현실에 친밀감을 부여할 수 있다고.

그런데 사람들은 그 그림에 제목을 붙이라고 강요합니다. 앤드에게는 그림이 곧 세상에 대한 이름인데, 그걸 왜 말로 더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림의 제목을 <자화상>이라고 붙였습니다.

처음 만나자마자 앤드 & 는 9 가 마음에 들었고, 9 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Q 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Q 는 희망의 상징.'


『Q&A』는 Q 와 앤드 & 그리고 A의 이야기입니다.

Q 의 질문,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그 답은 책 속에 있지만, 한편으로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답이 따로 있을테니까.

내가 보는 세상, 그 세상에 어떤 이름을 붙일지 나만 알 수 있으니까.

남들이 붙여 놓은 이름 말고 내가 붙인 이름.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을 미스터리한 소설로 녹여냈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답을 찾기 전까지는 미스터리로 남을 이야기.

아무래도 '고바야시 히로키'라는 이름은 기억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의 데뷔작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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