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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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겨난다.

전체 세계사가 이 장소와 결부되어 있으니,

나는 여기서 두 번째 탄생을 맞고 있다.

내가 로마로 들어선 날부터 진정한 재탄생이 시작된 것이다."  


1786년 로마에 처음 도착했던 독일의 문호 괴테는 첫날을 이렇게 회상했다고 합니다. 

《나의 로망, 로마》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오렌지 향기나는 나라"라고 표현했던 이탈리아에서 꼭 살아보고 싶은 것이 저자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쓴 책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로마는 어떤 곳이기에 괴테에게는 두 번째 탄생을, 저자에게는 로망의 장소가 되었을까요?

저 역시 로마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거창한 이유는 없고 그저 평생 꼭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웅장한 인류 역사의 현장 속으로.


이 책으로 우리는, 로마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로마 여행을 함께 할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바로 로마에서 탄생한 인류의 고전들과 예술가들!

리비우스 《로마사》, 폴리비우스 의《역사》, 키케로 의《의무론》,  루크레티우스 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플루타르코스 의 《영웅전》, 카시우스 디오 《로마사》, 베르길리우스 의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 의 《변신 이야기》, 타키투스 의《연대기》, 세네카 의《도덕서한집》, 타키투스 의 《역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의 《명상록》, 아우구스티누스 의 《고백록》​.

건축가 브라만테, 화가 라파엘로, 조각가이자 화가이며 건축가인 미켈란젤로, 화가 카라바조, 조각가이자 건축가 베르니니.

혹시 고전을 통한 로마 공부가 지루할까를 염려한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로마 여행의 친구이자 안내자 역할을 멋지게 해주니까.

첫 번째 방문지는 테르미니 역의 맥도널드.

놀랍게도 맥도널드 매장 안에 고대 로마의 건축물인 '세르비우스의 성벽' 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팔을 뻗치면 만져볼 수 있을 정도로, 테이블 옆에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습니다.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통해 로마 일곱 왕들의 역사를 살펴보지 않았다면, 그저 흔한 옛 성벽으로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세르비우스 툴리우스는 로마의 6대 왕으로, 로마 성벽을 쌓아 외국의 침공을 막으려 했습니다. 그만큼 굳건한 성벽을 쌓아올렸으나 진짜 적은 내부에 있었으니... 세르비우스의 최후는 권력욕에 물든 딸과 사위에게 암살당하고 맙니다. 로마는 세르비우스 왕이 성벽을 쌓은 이래 또 한 번 어리석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그건 아우렐리아 성벽을 쌓은 것입니다. 로마는 30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로마 가도를 통해 존재의 이유가 드러났던 개방적인 국가 공동체였는데,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성벽을 쌓았으니 그 존재 이유를 잃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로마의 왕정이 무너진 것은 외국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 때문이었고 오만한 왕의 폭정이 그 몰락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세르비우스의 성벽'은 성벽을 쌓는 행위가 로마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로마를 무너뜨리는 결과였음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로마 공화정의 시대정신을 만나기 위해 가야 할 곳은 '스페인 광장' 입니다.

로마 도심 한복판에 외국 이름이 붙은 건 바티칸 주재의 스페인 대사관이 그 광장의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스페인뿐 아니라 다른 유럽 열강들의 문화적 구심점이었습니다. 스페인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언덕 위의 삼위일체 성당'이 서 있고, 그 옆에는 메디치 빌라가 있는데 지금은 프랑스 아카데미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언덕 아래는 스페인이, 언덕 위는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어서, 스페인 계단이 스페인과 프랑스가 양분하고 있던 광장을 서로 연결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로마 공화정 시대는 그리스, 카르타고(북아프리카), 게르만 족, 스페인이 동서남북으로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이때 가장 강력한 로마의 적이 등장합니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로마 공화정을 궁지에 몰아넣고 이탈리아 반도를 초토화시켰던 전쟁을 일으킵니다. 카르타고 전쟁 혹은 한니발 전쟁, 영어 표현으로는 포에니 전쟁.

로마와 카르타고가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격돌한 이 전쟁의 역사를 기록한 사람은 폴리비우스입니다.


'포로 로마노'​, 즉 '로마 광장' 은 로마 공화정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대리석과 무너진 건물 더미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습니다.

SPQR. 이는 라틴어 문장 Senatus Populusque Romanus 의 약자로, '로마의 원로원과 대중'을 뜻하며, 고대 로마 공화정의 정부를 이르는 말입니다. 이 문구는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연설문이나 티투스 리비우스의 역사서 등 로마의 문헌에서 수없이 등장합니다. 오늘날 로마 시의 모토이며, 도시 곳곳에 공공 건물, 공공 분수, 맨홀 뚜껑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로마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포로 로마노에 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입장료도 제법 비싼 편이고, 그늘 하나 없는 유적지에서 굴러다니는 대리석 잔해들과 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길을 잃게 될 테니까.

포로 로마노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은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길을 잃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거니는 것이 포로 로마노의 감상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정에 쫓겨 눈도장만 찍는 여행객이라면 밖에서만 보거나 차라리 가지 않는 것이 낫다고.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말처럼 하루 만에 로마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포로 로마노의 종점은 캄피돌리오 언덕입니다. 로마의 일곱 언덕 중 가장 높이가 낮지만 역사적 중요성은 가장 높다고 합니다. 자신들을 세계의 주인이라고 믿었던 로마인들은 이 언덕의 이름을 '세계의 머리 Caput mundi'라 붙이고, 유피테르, 유노, 미네르바(그리스 신화에서는 각각 제우스, 헤라, 아테나)의 신전을 지어 신에게 바칩니다.  처음에는 이 세 신전의 이름을 카피톨리움(이탈리아어로는 캄피돌리오, 혹은 카피톨리노)이라 불렀으나, 점차 캄피톨리오 언덕 전체로 그 개념이 확대되어 아예 영어 표현에서 캐피털 Capital (수도)이라는 단어로 발전했습니다.

차근차근 역사를 배워가며 로마를 바라보니 왜 로마가 로망이 되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겨우 며칠 간의 로마 여행으로는 로마를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책으로는 얼마든지 더 많은 것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나의 로망, 로마> 덕분에 즐거운 로마 여행을 맛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고전의 재발견은 색다른 로망을 꿈꾸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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