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말 좀 들어줘
앰버 스미스 지음, 이연지 옮김 / 다독임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아무도 네 말은 안 믿을 거야. 너도 알고 있지? 아무도. 절대로.   (9p)



겨우 열여섯 살이었어요. 순진하고 어린 소녀... 그게 잘못인가요.

이든 맥크로리는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집, 자신의 방에서 친오빠의 절친 케빈에게 성폭행을 당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몰랐어요. 엄마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이든의 침대가, 잠옷이 핏자국으로 엉망이 되었는데, 그저 소녀의 시크릿이라고 단정지었어요.

깨끗하게 치워주고 샤워하면 그뿐이라고. 이든은 말하려고 했어요.

"엄마, 케빈이..." 라고 말하려는데 그의 이름 때문에 토할 것만 같았어요.

"걱정 마, 딸. 케빈은 오빠랑 마당에서 놀고 있어. 지금 농구 중이야.

아빠는 평소처럼 완전히 티비에 빠져 있단다.

아무도 널 보지 못할 거야. 자 이거 받으렴."

그때 이든은 분명, 어느 누구도 네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했던 케빈의 말을 떠올렸어요. 케빈은 알고 있었던 거예요. 이 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만큼, 이든 가족 곁에 오랫동안 머물러 왔으니까. 그동안 거의 친오빠나 다름 없이 가까웠고, 부모님도 케빈을 아주 좋아했으니까. 그러니까 케빈은 결코 그럴 리, 절대로 그럴 수가 없어야... 하지만 이든은 자리에서 일어서기 힘들 정도로 아팠어요. 이든의 몸에는 멍과 핏자국이 강렬한 통증이 현실임을 알려주고 있었어요.

이든은 지금 아니면 영원히 말하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어요. 케빈 말대로,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테니까. 아무도, 영원히.


<누가 내 말 좀 들어줘>를 읽으면서 무척 힘들었어요.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어쩌면 나 역시 이든 부모처럼 굴지 않았을까라는.

부모들은 십 대 자녀의 돌발적인 말과 행동에만 신경쓰느라 그 마음까지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기다려주지 않고, 일방적인 훈육과 잔소리로 아이의 입을 막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든은 그날 이후로 영혼까지 깊은 상처를 입었어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 아무도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다는 괴로움.

남들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이든은 평범한 척 연기했어요. 그저 숨고 싶어했어요.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끔찍했던 그날 이후로 3년간 이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는 것 자체가 마음 아팠어요. 

가해자는 멀쩡히 잘 살고 있는데, 왜 피해를 당한 사람만 생지옥에서 살아야 하는 건지 화가 났어요. 그래서 이든의 방황이 아프고 슬펐어요.

누구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이든의 말을 들어줬다면, 그리고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줬다면 이든이 그토록 자신을 파괴하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 작품은 중요한 것 같아요.

이든이 겪은 불행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반드시 말해야 하고, 말할 수 있도록 들어줘야 해요. 이건 우리 모두의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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