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변신>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끔찍한 악몽같다고 느꼈습니다.
어쩌다가 흉칙한 벌레로 변한 것인지, 그 이유를 찾았던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아니, 더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그러다가 문득 <변신>이 떠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나로서 더 이상 가치가 없다면...'이라는 우울한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는데, 갑자기 그레고르의 심정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변신>을 읽었습니다.
5년 전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파산했을 때, 그레고르는 절망에 빠진 가족을 구하기 위해 영업 사원이 되어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아픈 적 없이 일만 했던 그레고르가 어느날 아침, 갑옷처럼 딱딱해진 등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수많은 다리를 가진 벌레가 되었습니다.
목소리마저 변해버렸습니다. 어머니는 기겁을 했고, 아버지는 지팡이를 휘둘러 댔습니다. 그나마 여동생 그레테가 벌레가 된 오빠를 돌보는 역할을 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레고르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벌레 취급을 당하게 됩니다. 숨어 있거나 몰래 기어나오거나... 아니면 사라지거나.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 괴물일 뿐.
결국 그레고르는 가족들을 위해서 자기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그들보다 훨씬 더 절실하게 느끼면서 그 집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레고르가 마련한 그 집에서.
어쩌면 그것만이 그레고르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세 사람은 이미 그레고르라는 벌레를 방에 가둬버렸으니까.
진짜 변신한 건 그레고르가 아니라 주변인들이라는 걸.
"어떤 놈이 요제프 K를 밀고한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그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103p)
<소송>의 첫 문장입니다. 은행원 요제프 K가 왜 체포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이 소설에서도 "어느 날 아침 갑자기~"라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하필이면 안락한 침대에서 막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그 시간일까요.
인생의 비극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변신>에서 벌레가 된 그레고르처럼, <소송>에서 서른 살 은행원 K는 체포되어 소송에 휘말리고 맙니다.
역시나 결말은 죽음... 허망하도다!
신부가 말했다.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단지 필연적이라고 생각해야만 합니다."
"비참한 의견이군요."
K가 말했다.
"거짓이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447p)
'소설 같은 인생'이라고 할 때 아름답고 환상적인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면 당신의 삶은 순탄한 것이니 기뻐하세요.
그러나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처럼 처참한 현실이 아른거린다면 당신의 삶을 위로해주세요.
저는 이제서야 제대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읽은 것 같습니다. 아니, 프란츠 카프카의 인생을 읽었습니다.
독선적이고 권위적이었던 아버지, 그 모습을 그레고르의 아버지를 통해 봤습니다.
실제로 그는 그레고르처럼 직장일을 하다가 1971년 결핵 진단을 받고 41세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했습니다.
그는 사후 모든 원고와 서류를 소각하길 원했으나 친구 막스 브로트가 『변신』을 포함한 여러 단편들, '고독의 3부작'이라 불리는 미완의 소설 『성』, 『소송』, 『아메리카』 등 유작들을 출판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허망하게 사라졌지만, 프란츠 카프카는 작품을 통해 영원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어떤 비극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유일한 작품으로 만들어 나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