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줄리의 그림자 ㅣ 철학하는 아이 14
크리스티앙 브뤼엘 지음, 안 보즐렉 그림, 박재연 옮김 / 이마주 / 2019년 7월
평점 :
"가만히 있어."
제가 어릴 때 자주 듣던 말이에요.
지금 돌아보면 꽤 얌전한 아이였던 것 같은데(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그 말이 듣기 싫어서 아예 조용한 아이로 변신했던 것 같아요.
원래는 막 뛰고 싶고, 소리 지르고 싶었는데......
그래서 마음 속 어딘가에 뭐든 반항하고 싶은 청개구리가 살았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싫어.' , '아니야.'라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인 거죠.
그때 잠시 우울했던 기억이 있어요.
'나는 누구일까... 나는 나 말고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는 없는 걸까... 마법처럼 뿅 사라지면...'
<줄리의 그림자>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줄리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엄지손가락을 빨아요. 머리를 빗거나 목욕하는 걸 싫어해요.
하지만 엄마 아빠는 줄리가 단정하지 않은 모습으로 있는 걸 싫어해요.
줄리는 몰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해요.
"지금 네 꼴 좀 봐!
좀 조신하게 행동하면 안 되겠니, 응?
얘 때문에 못 살겠네!
여보, 미셸.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줄리, 엄마 말씀이 맞다. 넌 정말 문제야.
늘 거칠게 말하고, 툭 하면 넘어지고
바보 같은 행동만 하다니!
이런 선머슴 같은 녀석!"
줄리는 더 이상 엄마 아빠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항상 똑같은 이야기거든요.
왈가닥, 천방지축, 말괄량이, 선마슴 같은 녀석!
사람들은 줄리가 줄리답지 않게 머리를 빗을 때만 줄리를 사랑해줘요.
사람들은 줄리가 줄리보다 더 얌전하게 앉아 있을 때만 줄리를 사랑해줘요.
사람들은 줄리가 줄리만큼 떠들지 않을 때만 사랑해줘요.
어느날 갑자기 줄리는 자신의 그림자가 남자아이로 변했다는 걸 발견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어 주지 않았지요.
시커멓고 낯선 그림자가 졸졸 따라다녀서 줄리는 지긋지긋해졌어요.
줄리는 그림자와 둘만 있게 되면 온 힘을 다해 도망치려 했어요.
그러다가 줄리는 속이 상했어요.
만일 그 그림자가 진짜 자신의 그림자라면?
어쩌면 줄리는 몸만 여자인 남자아이일지도 몰라요.
줄리는 이제 더 이상 자기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어요.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려고만 했기 때문이에요.
줄리는 작아지고 싶었어요. 아주아주 작아져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어요.
그래서 공원으로 가서 땅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갔어요.
그때 울고 있는 한 소년을 만났어요. 소년이 말하길, 자신은 속상한 일이 있으면 여기로 와서 운다고 했어요.
이곳에는 놀리는 사람이 없거든요. 여자아이처럼 운다, 생긴 것도 여자 아이 같다는 놀림...
두 아이는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다가 깨달았어요.
"... 우리에게는 우리다울 권리가 있어."
"나에게는 나다울 권리가 있어. 그럴 권리가."
정말 대단한 깨달음이라고 생각해요.
어른들의 말을 안 듣는 것도 덜렁대다가 실수하는 것도 모두 나라는 걸 인정해야 '나'를 잃지 않을 수 있어요.
줄리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나'를 거부하고 부정하면 진짜 나는 사라지고 말아요.
'나'를 잃어버리면 이 세계는 무의미해져요.
나답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어요.
'여자답게' 혹은 '남자답게'라는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우리를 옭아매는지 깨달아야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자유로울 수 있어요.
《줄리의 그림자》는 1968년 5월, 프랑스 대학생들이 자유를 찾아 거리로 나왔던 시기에 출간된 어린이그림책이라고 해요.
출간된 지 50년이 넘은 이 책을 읽으며 여전히 공감하는 걸 보면, 좀더 노력해야 될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줄리처럼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