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웨덴에서
엘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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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뻐요.

첫눈에 반한 책이랄까.

예뻐서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책이에요.

<나의 스웨덴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엘리 님이 쓰고 그린 책이에요.

어느날 남편을 따라 스웨덴으로 이주하게 된 엘리 님의 이야기예요.

스스로 이 책을 "스웨덴에서 갓 태어난 이방인의 관찰 일기이자 낯선 시간에 대한 아주 사적인 기록"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우선 우리가 생각하는 스웨덴의 이미지는 대부분 긍정적인 것들이 많아요.

스웨덴의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양성평등과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 기타 등등

그러나 엘리 님은 그 모든 장점들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를 찾았다고 해요.

그건 바로 아무리 완벽한 곳이라 해도 나의 모국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우리 아빠, 엄마 그리고 오빠가 없다는 것.

사랑하는 남편 헨케가 곁에 있지만, 스웨덴에서 자신은 외국인, 이방인이라는 것.

그래서 항상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고.

마음 한편에 늘 시린 빈 공간을 내어둔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 님의 일상이 담긴 이 책은 참 예쁘고 따뜻해요.

일상의 사진들이 그야말로 잡지 한 컷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이에요.


스웨덴에서 살면서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요.

무슨 영문인지 이곳 사람들은 슬픈 일이 있어도 너무 슬퍼하지 않고, 기쁜 일이 있어도 너무 들뜨지 않고, 좋은 일이 있어도 자랑하지 않고, 화가 나도 분노하지 않는대요.

엘리 님이 만난 사람들은 물론이고 드라마에 나오는 연기자들까지 침착하다는 거예요. 한두 명도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성향이라는 건 어떤 문화적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이것저것 알아봤더니 "얀테라겐"이라는 생활 규범이 있더래요. 우리나라엔 "얀테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규범인데, 천구백 년 초반부터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통용되어왔대요. 그 내용이 신기해서 저도 적어봤어요.

 

    얀테라겐    (155p)

1.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4.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나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5.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6.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7.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무엇이든 더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8. 다른 사람들을 비웃지 않는다.

9.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배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0. 다른 사람들을 내가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1980년대에는 얀테라겐이 너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옌테라겐'이라는 새로운 생활규범을 제시하기도 했다.

내용은 얀테라겐과 같지만, 긍정적인 어투로 바뀐 것이다.

예를 들어 얀테라겐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은

옌테라겐에서 "나는 좋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좋은 사람들이다."라고 표기되는 식이다.


이러한 규범은 겸손과 배려,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이며, 일희일비하지 않는 중용의 자세라고 볼 수 있어요.

한국인 기준으로 볼 때는 너무 점잖아서 심심하게 느껴지지만 문화적인 배경을 알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렇듯 엘리 님은 스웨덴에서 사람들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것 같아요.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모습에 놀라거나 걱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여기에 딱 맞는 설명을 해주고 있어요.


●● 스웨덴의 작가이자 우리나라에는 『말괄량이 삐삐』로 잘 알려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이야기로 만든 어린이 드라마가 있다.

「우리는 살트 크로켄에 살아요」라는 제목의 이 드라마에 나오는 한 등장인물은

아침에 장대비가 쏟아지는 걸 보며 날씨가 나쁘다고 불평을 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나쁜 날씨가 아니라 다른 날씨가 있는 것뿐이에요."     (194p)


<나의 스웨덴에서>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로 채워가는 행복을 만날 수 있어요.

낯선 나라에서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작은 그리움과 외로움조차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내는 엘리 님.

그 예쁜 마음을 책에 잘 담아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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