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
벡 도리-스타인 지음, 이수경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와우, 이게 실화라고?
그렇다면 저자 벡 도리-스타인은 드라마 주인공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물이라고 인정합니다.
신원 보호를 위해 일부 인물은 가명을 쓰거나 특징을 바꾸고, 일부 사건이나 시간을 재배치했다고 해도, 이 모든 이야기는 저자의 체험담이라는 것.
우연한 기회에 백악관 속기사가 되면서 스물여섯 나이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에어포스원을 탔다는 건, 정말 와우~ 대박 사건!
물론 처음 속기사 업무를 하면서 일적인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겪지만 그러한 경험조차도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백악관이란, 평생 한 번 가보기를 희망하는 꿈의 장소일테니까.
이건 단순히 백악관이라는 장소를 구경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속해 있다는 것이라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 페이지를 넘길 때는 이 책이 실화라는 걸 인지했기 때문에 백악관 속기사로서 시작한 신참 이야기가 전개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업무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점점 읽어갈수록 소설이나 드라마급 재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그건 벡이 너무나 솔직하다는 것.
무엇보다도 벡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 몰입하게 된다는 것.
역시 벡은 백악관 속기사보다 작가의 능력이 더 탁월한 것 같습니다. 그걸 알 수 있는 증거가 다음 에피소드에 나옵니다.
벡은 조깅하다가 백악관의 전략 담당 선임고문 데이비드 플러프를 만난 일을 글로 남깁니다. 왜? 너무 인상적이라서. 사실 벡이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건 백악관 속기사로 근무하는 내내 일기와 휴대폰 메모 등으로 꾸준히 기록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플러프는 조깅하며 벡의 옆을 휙 지나가면서 에티켓을 잊지 않고 손을 흔듭니다. 벡보다 스무 살이나 나이가 많고, 직급도 훨씬 높은 사람이 자신을 가뿐히 추월할 정도로 빨리 달린 것도 놀라운데, 그 와중에 미소로 인사를 건넸으니 멋지다고 할 수밖에. 그날 저녁에 인물 묘사 에세이를 완성해 컴퓨터에 저장하면서 제목을 '날쌘돌이 전략가'라고 달아놓은 것. 그러다가 데이비드 플러프의 백악관 근무 마지막 날에, 자신이 썼던 그 글을 선물로 건넵니다. 당사자에게는 뜬금없는 편지일 수도 있는데 데이비드 플러프의 반응은 최고였습니다.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줬으니까.
"에세이 정말 고마워요.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몇 년 후 이걸 읽으면 내 달리기 속도가 한때 꽤 쓸 만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겠네요.
당신은 훌륭한 작가입니다... " (141p)
음, 데이비드 플러프가 벡의 작가적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 대상이라고 해야하나...
만약 데이비드 플러프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또 한 번 멋진 미소를 보이지 않을까라는. 어쩌면 그보다 방울뱀으로 묘사된 인물이나 남자 친구 샘 그리고 백악관 참모 제이슨 등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라는 오지랖... 당시의 백악관 관계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즐겁게 읽을 거라는 건 확실합니다.
소설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에서 느꼈던 그 감흥을 이 책에서 발견할 정도로 흥미로운 실화입니다.
유니버셜픽쳐스 영화화 계약을 했다고 하니, 곧 영화로 만날 날이 기다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