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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 / 달다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살면서 이런 상황에 처한 적도 없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도 적지만.
그런데도 고민하는 이유는, 인간 본질에 관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악행과 속죄.
죄는 미워해도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데 그건 교과서적 얘기일 뿐.
현실에서 죄를 저지른 인간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증오는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래서 뉴스를 통해 접했던 범죄자들에게 일말의 연민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우죄(友罪)>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절친 혹은 연인의 과거, 어디까지 받아줄 수 있나요?
순수한 우정과 사랑 그리고 믿음은 어떤 순간에 깨지는 걸까요?
악행을 저지른 자는 결코 용서받지 못하는 걸까요?
과연 속죄란 무엇일까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의 사나이>가 떠올랐습니다.
이제까지 이 동화를 볼 때는 푸른 수염의 아내 입장이었습니다. 호기심과 믿음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까라는.
그런데 <우죄>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푸른 수염 사나이의 존재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왜 자신의 아내들에게 열쇠를 주었을까요. 비밀의 방이 열리지 않기를 바랐다면 아예 열쇠를 주지 않으면 될 일인데. 나쁘게 바라보면 아내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러 미끼를 던져 시험에 빠뜨린 것입니다. 그러나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가 인간적 양심을 가진 존재라고 가정한다면 자신의 과거까지도 사랑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외톨이라서 아무도 믿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믿고 싶은 간절한 소망으로...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과거를 감춘 채 평생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라면.
푸른 수염 사나이를 아예 악마로 치부해버리면 전혀 고민할 게 없습니다.
그러나 푸른 수염 사나이와 그 방을, 자신의 '돌이킬 수 없는 과거'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세상에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섣불리 용서라는 말을 꺼내지는 않겠습니다.
믿기는 힘들지만 그들 중에서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면...
푸른 수염 사나이의 최후처럼, 더 나은 결말은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무조건 돌을 던지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스즈키, 넌 어떤 과거에 시달리고 있어?"
"알고 싶어?"
"마스다라면...... 절친인 마스다에게라면 얘기해도 되겠지."
"하지만 ...... 하지만, 하나만 약속해줘."
"약속?"
"계속 친구로 남아줘. 어떤 얘기를 듣더라도 친구로 지내겠다고 약속해줄래?" (27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