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 윤자영 연작소설 ㅣ 한국추리문학선 5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음, 책표지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만 혹시나 이 소설이 웹툰으로 나온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일단 이 소설은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당승표가 매우 마음에 듭니다.

주인공 당승표는 셜록을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오로지 추리 그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천재 스타일.

나승만은 전직 형사인데 한국영화<투캅스>에서 안성기 배우가 연기했던 조형사를 닮았습니다. 돈을 엄청 좋아하는 속물 경찰.

당승표와 나승만은 희대의 악마 구요동을 처리하고 조이규 회장에게 받은 5억 원으로 '나당 탐정사무소'를 차렸습니다.

한국에서 탐정사무소라니,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인식은 불륜이나 뒷조사하는 심부름업체로 여기며 그런 의뢰만 들어오고 있습니다.

당승표는 처음부터 특별하고 특이한 사건들만 맡고 싶었기 때문에, 심부름 같은 일은 절대 못한다고 우기는 중입니다.

그러자 나승만은 어떻게 사무소 임대료를 낼 거냐며 따집니다. 하필이면 월세가 비싼 강남대로에 사무실을 내자고 한 건 당승표였으니까.

잔소리와 넋두리를 쏟아내는 나승만과는 달리 당승표는 유유자적하기만 합니다.

형사들이 해결 못하는 연쇄 살인 사건이 터지면서, 나승만과 과거에 한 팀이었던 이세민 형사가 찾아옵니다.

시체고치 도르래 살인 사건.

범인은 피해자를 빨랫줄로 촘촘히 묶어 태아처럼 웅크린 모습으로 만들었고, 특수한 도르래를 걸어 질식사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첫 번째 피해자의 이마에 보라색 유성 매직으로 NO. 1이라고 적었고, 두 번째 피해자 이마에는 NO.2라고 적었습니다. 추가 살인을 예고하는 표식...

이세민 형사가 나당탐정사무소를 찾아온 그 날 사건이 또 벌어졌습니다. 세 번째 피해자가 발견된 후 하루 만인 다음날 아침에 네 번째 피해자가 발견되었습니다.

과연 범인은 왜 연쇄살인을 저질렀을까요.

살인의 정황은 범인이 사이코패스라고 보여지는데, 당승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증거들을 포착하여 범인의 정체를 밝혀냅니다.

당승표에게 중요한 건 범인이 누구인지, 그 범행 동기와 증거를 밝히는 과정에서 느끼는 쾌감입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집요한 추리 중독에 대한 우려를 하면서도 매우 인간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그는 범인을 잡는 형사가 아니고, 범인의 죄를 묻는 검사도 아닌 그저 추리를 좋아하는 탐정입니다. 돈에 대한 욕심이 아예 없다보니 전직 속물 경찰 나승만과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나승만은 돈을 밝힌다는 것 말고는 나름 의리가 있어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암튼 당승표는 사건을 해결하면서 누가 나쁜 놈인지, 어떻게 해야 억울한 사람이 없는지를 고려합니다. 그 점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가 만약 형사나 검사 신분이었다면 법적인 문제 때문에 눈감아줄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는 탐정이니까 꺼림칙한 일은 맡지 않으면 그만이고, 들추고 싶지 않은 일은 덮으면 그만입니다. 솔직히 당승표의 선택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인간적으로는 동의합니다.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에는 모두 5건이 나옵니다.

시체고치 - 도르래 살인사건, 황 영감 살인사건, 의문의 도박판 사건, 김민영 탐정 데뷔 사건, 왕 게임 사건, 최후의 대결까기 각 사건마다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간에 김민영이라는 인물이 탐정사무소에 합류한 것은 색다른 반전이자 흥미로운 요소였습니다.

한 번 읽어볼 만한 한국추리소설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