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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애묘인에서 고양이 집사까지 무엇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아요.
고양이의 매력에 퐁당 빠져버린 사람이라면...
무레 요코 작가님의 <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는 고양이와의 일상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에요.
모든 만남이 그러하듯이 우연으로 시작해서 운명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바야흐로 1998년,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담장 위에 있던 새끼고양이를 만났어요. 비가 내리고 있어서 길을 잃은 고양이를 잠시 돌보아 주려던 건데, 아무리 기다려도 고양이를 찾는다는 소식이 없어서 키우게 된 거래요. 동물병원에 데려가니 생후 두 달 된 암고양이라는 걸 확인했고, 이름은 옆집 사는 친구네 샴고양이가 B인데 온순하고 예쁜 걸 배우라는 뜻에서 C라고 지어 주었대요. 음, 다소 즉흥적인 작명이죠?
중요한 건 C의 역할이 여왕님이라는 거예요.
갈 곳 없는 새끼고양이를 거둬 줬건만 고마워 하기는커녕 '너한테 와 줬다'라는 식으로 거만하게 구는 여왕님!
이후 C는 몸무게 3킬로그램의 경량급이면서도 동네에서 가장 센 암고양이로 수고양이들과 싸우고 다녔다네요. 역시 여왕님답죠.
재미있는 건 집에서 그토록 도도한 말썽쟁이 C가 동물병원에 가면 '깜찍한 얼굴'로 돌변한다는 거예요. 진찰 중에 하도 얌전해서 의사와 간호사가 "어쩜 이렇게 얌전하고 착할까? 이렇게 순한 아이는 본 적이 없어요."라고 매번 칭찬을 해주었대요.
그러나 이 책에서 대부분의 내용은 C의 까탈스러움과 시끄러움 등 온갖 민폐 상황을 고발하고 있어요.
'우와, 이래서야 여왕님 모시고 살겠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불평이 아니라 행복한 투정이었어요. 고양이 집사의 숙명이랄까.
스스로를 세계에서 고양이한테 가장 많이 혼나는 주인이라고 이야기해요. 낮이나 밤이나 C의 울음소리에 꼼짝 못하는 신세라는 걸 기꺼이 인정하며 살고 있어요. 늘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쪽은 집사!
첫 만남은 우연이었는지 몰라도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너는 내 운명'과 같은 존재가 된 것 같아요.
"너는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242p)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C를 향한 사랑이 듬뿍 담긴 이 말 한 마디로 모든 게 설명되는 것 같아요.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는 여왕님이 무사히 건강하게 19살을 맞이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부디 오래오래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