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어요.

죽음을 앞둔 사람은 뭔가 달라질 거라는...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죽음 앞에서도 기존에 삶의 방식이 바뀌지는 않는 것 같아요.

후회 없이 살아온 사람만이 죽음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후회병동>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어난 특별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어요.

주인공 루미코는 서른세 살의 여의사인데 눈치 없고 둔하기로 유명해요.  굳이 안해도 될 말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는 바람에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컴플레인을 받고 있어요. 이를테면 환자가 약을 먹으면 괜찮아지냐는 질문에, 루미코는 "효과가 있으면 평온한 마음으로 갈 수 있어요"라고 답하는 거예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에게 '간다'라는 표현은 죽음을 연상케 한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한 거죠.

간다가와병원 내과의사로 근무한 지 곧 10년이 되고, 죽음을 앞둔 환자가 많은 이곳에서 이미 500명 가까운 사람의 임종을 지켜봐 왔으니 병원에서도 이젠 중견이라 할 수 있는데, 부족한 어휘력 때문에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무신경한 의사'라는 딱지가 붙어 버렸어요.

더군다나 간호사들 사이에서 루미코는 예쁜 외모의 철부지 여의사로 소문이 나 있어요. 같이 일하는 마리에 간호사는 루미코가 말실수를 할 때마다 노골적으로 못마땅한 티를 내고 있으니 루미코는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반면 동갑내기 의사인 이와시마즈 히라쿠는 도심의 유명한 종합병원 병원장의 아들인 데다가 외모와 키는 모델급이고, 성격까지 소탈하고 다정해서 간호사들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가 있어요. 그런데 루미코한테만 딴지를 걸고 놀려대니 얄밉고 거슬리는 존재예요.

루미코는 우연히 병원 앞 화단에서 청진기를 주웠어요. 주인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루미코 차지가 되었어요.

바로 그 청진기 덕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그 청진기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그 사람이 가장 후회하는 순간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신비한 힘을 가졌어요.

루미코는 신비한 청진기를 통해서 네 명의 환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게 돼요. 루미코는 환자의 과거를 함께 경험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진짜 의사로 거듭나게 돼요. 각 환자의 에피소드마다 붙여진 제목이 의미심장해요. dream , family , marriage , friend ...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면 거기에 후회하는 것들이 포함되는 것 같아요.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부질없는 후회들.

과연 후회했던 과거를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두근두근 심장 소리를 듣듯이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청진기'라는 설정이 참으로 멋진 것 같아요.

가끔 누군가의 마음이 너무나 궁금해서 들여다봤으면 좋겠다고 상상한 적이 있거든요. 루미코처럼 둔감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서 오해하고 다툴 때마다 속상해요. 서로 사랑하면서 왜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했는지 가슴을 치며 후회한 적이 있다면, <후회병동>을 꼭 읽어보세요.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마법 같은 일이 생기지는 않아요. 그 마법이 한순간에 뿅 바뀌는 것이라면 말이죠.

내 인생의 마법은 지금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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