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조창인 작가님의 <가시고기>를 다시 읽게 되었어요.

개정증보판이라고 하는데,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보면...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책이 아닌 제 자신인 것 같아요.

이제는 가시고기 아빠를 이해할 수 있는 부모가 되었으니까요.

뭣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시고기> 책을 계속 곁에 두고 있었네요.

그 책을 찾으니까, 아이가 얼른 가져다주네요.


부모가 되기 전에는 자식을 낳으면 당연히 부모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모성애나 부성애는 자연히 생기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낳은 후에 키우면서 처음으로 희생이 무엇인지를 배웠어요.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연약한 아이를 보면서 꼭 지켜줘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성장하듯이 아이에 대한 사랑도 함께 커지는 것 같아요.

사랑을 크기로 헤아릴 수는 없지만 점점 커지거나 줄어드는 건 알아차릴 수 있잖아요.


<가시고기>의 아빠, 정호연은 하나 뿐인 아들 정다움을 위해 모든 것을 주는 가시고기였어요.

반면 엄마는 자신의 꿈을 위해 냉정하게 떠나버렸죠.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펑펑 울었던 기억만 남아 있어요. 너무나 슬퍼서...

아마도 이기적인 엄마를 욕했는지도 몰라요. 다움이의 속마음처럼 엄마는 자식을 버린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엄마에 대한 나쁜 감정이 줄어든 것 같아요. 어쩌면 나쁜 엄마가 다움이 곁을 떠난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결정일 수도 있으니까요.

반면 아빠의 지극한 사랑은 너무나 대책이 없는 것 같아서 속이 상했어요. 정말 그게 최선이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사람은 가시고기가 아니잖아요. 새끼가시고기는 아빠가시고기의 살을 뜯어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지만, 사람은 아니잖아요.

아직 어린 다움이에게는 든든하게 지켜줄 아빠가 필요한데, 그 아빠가 쓰러지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가시고기 아빠는 바보예요.


뉴스에는 부모와 자식 간에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만 보도되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가시고기 아빠처럼 자식밖에 모르는 부모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되고나서 제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자식은 몰라도 부모님은 늘 한결같이 사랑을 주는 존재라는 걸. 안타까운 건 그러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아무에게도 사랑을 주지 못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정호연은 보육원 출신으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세상에 대한 미움이나 증오 없이 잘 살아왔어요.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고통의 순간들을 꿋꿋하게 버텨냈어요.


"이 아빠를 사랑할 수 있겠니?"라는 물음에 다움이는 "사랑하니, 라고 물어봐야지?"라고 말해요. 다움이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건데, 세상에서 제일 넓은 바다 태평양만큼, 제일 높은 산 에베레스트만큼 아빠를 사랑하는데, 생각해보니 실제로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별로 없는 거예요. 아빠도 마찬가지고요. 진짜 사랑하니까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 아빠가, "이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으련?"이라고 해서 다움이는 아빠의 귀를 평소보다 더 세게 잡으면서, "아빠, 사랑해."라고 말해요.

저는 이 장면이 가장 좋았어요. 진짜 사랑하니까 더 많이 안아주고,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돼요. 사랑은 아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니까.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그 소중한 시간들을 허투루 보내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가시고기는 참 이상한 물고기예요.

엄마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아빠가시고기가 혼자 남아 돌보죠.

알들을 먹이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은 채 열심히 지켜내죠. 아빠가시고기 덕분에 새끼들이 무사히 알에서 깨어납니다.

아빠가시고기는 그만 죽고 말아요. 새끼들은 아빠가시고기의 살을 뜯어먹고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결국 아빠가시고기는 뼈만 남게 됩니다.

아빠가시고기는 왜 죽어버리는 걸까요. 책에는 설명이 나와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빤한 거 아니겠어요. 새끼가시고기들을 지켜주기 위해 너무 힘을 뺀 탓이겠죠.

가시고기는 언제나 아빠를 생각나게 만듭니다.

내 마음속에는 슬픔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요.

아, 가시고기 우리 아빠. ..."   (192-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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