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문예반 바일라 6
장정희 지음 / 서유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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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문예반>은 어느 지방의 여고 2학년 고선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예쁜 표지와 사춘기 문예반이라는 제목 때문에 빨강 머리 앤과 같은 낭만 소녀를 떠올렸다면 그건 오해.

선우는 외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집을 나간 지 오래됐고, 아빠 역시 게임에 빠져 어느 피시방에서 죽었다 한들 놀라울 게 없습니다.

키는 껑충하게 큰 데다 커트 머리에 교복도 바지 차림이라서 종종 남학생으로 오해받는 선우.

담임은 선우와 면담을 하면서 교무수첩에 "의욕없음. 무기력함."이라고 적었습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딱 거기까지.

선우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지 않고 버티는 중.

그런 선우가 문예반에 가입한 건 순전히 주희 때문입니다.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주희가 문예반의 미수를 좋아해서, 혼자 가긴 그렇고 선우를 끌고 갔던 것.

문예반의 지도 선생님은 일명 '문쌤'으로 자신을 무명 소설가이자 평일에는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이라고 소개합니다.

미수는 1학년 때부터 문예반 활동을 해 왔고, 문쌤처럼 글 쓰는 국어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다들 평범한 자기 소개를 하는데, 선우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2학년 고선우입니다. 친구 따라왔고요, 뭘 열심히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

"아까 누군가는 글 쓰는 국어 선생님이 되겠다고  하던데......

꼭 뭔가가 되어야 합니까? 그렇다면 저는 행인1이 되겠습니다.

그냥 조용히 살다 가는 게 꿈이니까요."  (34p)


선우는 누군가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센 척한 게 아닌데, 어쩌다보니 자꾸 센 말이 튀어나옵니다. 원래 남들 시선을 끌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것이 목표인데 문예반에서는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무슨 말을 하든 들어주는 문쌤 때문인지도...

문쌤은 선우의 삐딱한 자기 소개뿐 아니라 뾰족한 비평의 말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줍니다. 좀 뒤틀린 것 같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안목이 있다고.

바로 그 선우의 남다른 시선 뒤에는 남모를 아픔이 있다는 것도.


문예반의 문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 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크든 작든 누구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단다.

하지만 충격이 크면 자신만의 언어를 잃어버리기 십상이지. 하지만 우리에겐 '글'이 있잖니?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소통의 도구이자 카타르시스의 매개체."   (92p)


선우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센 척하는 모습이 사춘기 반항이라고 여길테지만, 진실은 다릅니다. 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겁니다.

누가 알겠어요, 그 마음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데.

그런데 처음으로 문예반 문쌤이 선우의 아픔을 알아봐주고, 토닥여줍니다. 옆에서 응원해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아직 선우는『천일야화』속 셰에라자드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야기가 글이 되고, 글이 목숨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아니 믿고 싶어졌습니다.

부디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여 잘 살아냈으면 좋겠습니다. 셰에라자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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