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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4천만 부가 팔린 사전을 만든 사람들
사사키 겐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4월
평점 :
참으로 신기합니다.
말이 지닌 힘이란...
누구나 사용하고 있지만 그 실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누가 '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추측할 수는 있습니다.
오로지 말을 모으고 말의 의미를 생각하는 일, 즉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일본에서 방송된 <겐보 선생과 야마다 선생 - 사전에 인생을 바친 두 남자>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취재한 내용에 새로운 증언과 검증을 더해 구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우선 이 책의 주인공은 『산세이도 국어사전』의 편찬자 겐보 히데토시(1941-1992)와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의 편찬자 야마다 다다오(1916-1997) 선생입니다.
두 사람이 만든 국어사전이 일본에서 누적집계로 4천만 부 넘게 팔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두 사전은 태평양 전쟁 전부터 헤이세이에 이르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말'의 역사를 담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건 일본의 대표적인 국어사전 『산세이도 국어사전』과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두 사람은 도쿄 대학 동기생이자 좋은 친구 사이로 함께 국어사전 한 권을 만들었는데, 어떤 시점을 계기로 완전히 결별했고 이후 각자의 개성이 담긴 두 권의 국어사전이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국어사전이라 하면, 그 속에 담긴 '말'은 고정불변의 의미를 지닌다고 여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말'의 재발견을 했습니다.
우리가 소리내는 '말'이 조금씩 변화하듯이, 그 '말'을 옮긴 '글' 역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사전인 것 같습니다. 또한 그 사전은 시대의 말을 고스란히 옮겨놓는 작업 그 이상의 뭔가 있다는 것, 즉 편찬자의 생각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특히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은 사전의 가진 기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놀랍습니다. 독특한 뜻풀이 덕분에 사전을 '찾는' 것에서 '읽는' 것으로 인식을 바꿔놓았다고 합니다. 야마다가 그런 뜻풀이를 쓴 의도는 다른 사전의 모방을 되풀이하는 사전계에 대한 격분과 사전의 진보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간의 욕망은 늘 선의를 넘어서는 법.
결국 두 편찬자는 정열과 상극의 이야기로 끝을 맺지만 그들이 남긴 '국어사전'을 통해 '말'의 세계를 새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겐보 선생의 후계자인 현 『산세이도 국어사전』의 이마 히로아키 씨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 '사전'이란 대체 뭘까요?
"사전은 모르는 말을 알기 위한 '실용품'입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전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작은 '모형'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큰 우주, 또는 지구는 실제로도 크고 우리 인간에게는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우주 전체를 우리는 '말'을 통해 인식합니다.
'말'에 의해 만들어진 현실 세계의 '모형', 그것이 사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는 사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세계관으로 포착한 손바닥에 들어가고, 무한하게 펼쳐지는 '우주'. 그것이 '국어사전'이다. (37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