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옆에 피는 꽃 - 공민철 소설집 한국추리문학선 4
공민철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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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합니다.

<시체 옆에 피는 꽃>에 실린 아홉 편의 추리소설은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살짝 뒤틀린, 그래서 잘 티나지 않는...

세상에 존재하는 악인의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가장 소름끼칩니다.

공포는 늘 가까이에서 우리를 숨막히게 합니다. 조용히 숨어있다가 불현듯 달려드는 공포.


<낯선 아들>에서는 어머니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그때 왜 그를 도망치게 둔 건지, 돈가방을 건네준 건지.

<엄마들>은 공범이 된 엄마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인공 소현은 엄마가 된 후에야 보육원에 자신을 버리면서 웃던 엄마의 표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엄마라면 세상의 모든 추악한 일이 내 아이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겠지만 정작 그 엄마가 추악하다면...

<4월의 자살동맹>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왕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왜 사라지지 않는 걸까요, 왕따... 악마 같은 인간쓰레기들.

왕따의 죽음이 결말이 아니라 시작인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자살동맹은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도둑맞은 도품>은 "어제 우리 아파트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있었어."라는 말을 꺼낸 주인공 '나'(진환)와 그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대는 해용이로부터 시작됩니다.

미스터리한 사건은 내가 살고 있는 K아파트 옥상에서 중년 남성의 시체가 발견됐는데, 사인이 추락사였던 것. 

해용이는 셜록 홈즈처럼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데, 그 사건에서 결정적 증인은 바로...

<가장의 자격>에서 주인공 호승의 아내는 두 달 전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상태입니다. 그즈음 아들 선일이는 3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는데 방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습니다. 아내는 아들이 통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호승에게 얼른 집에 가서 만나보라고 애원합니다. 아빠 호승과는 단절된 아들이지만 엄마의 전화는 꼬박꼬박 받았던 모양인데... 아내의 예감대로 아들은 자살 시도를 했던 것. 아들에게 무심했던 호승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버지 역할을 하려고 하는데...

<사랑의 안식처>는 조두순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전자발찌로도 그들의 악행을 막을 수 없다면 최후의 선택은...

흉악한 범죄들로부터 사랑의 안식처를 지키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유일한 범죄>는 현대인들의 고독사를 주제로 합니다. 장항덕 씨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꽃이 피는 순간>은 대학가에 떠도는 '귀신 들린 버스' 이야기의 진실을 들려줍니다. 실제로 대학 후문 언덕 밑 주점으로 버스가 들이닥치면서 학생 4명이 죽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현석은 술에 몹시 취한 상태에서 끔찍한 비명소리를 들었지만, 묘하게도 그 순간 남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굉장히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과 함께 눈앞에 빨간 꽃이 활짝 피어나 좋은 향기까지 맡았던 것. 그 빨간 꽃... 마음이 아픕니다.

<시체 옆에 피는 꽃>에서는 극 중 공민철 작가님이 등장합니다. 연극의 스토리를 썼다고 무대 위 배우가 소개합니다. 스토리는 고한읍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썼으며, 배우는 연극 <시체 옆에 피는 꽃>이라는 1인극을 무료로 공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고한읍에 살았던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1974년 고한 시장 골목의 단칸방에서 삼십 대 남성이 칼에 목이 찔린 채 발견되었고, 방 안의 화장대 거울 귀퉁이에는 립스틱으로 꽃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이후 1985년 고한 시장의 여인숙에서 오십 대 남성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목에 칼이 꽂친 채였고, 벽면 한구석에는 볼펜으로 꽃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1996년, 2007년 ... 십일 년마다 목에 칼이 꽂힌 시체와 꽃그림이 발견되었고, 2018년에는 경찰이 함정을 파고 범인을 기다립니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눈물이 났습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데...  


각 작품을 볼 때마다 뉴스에 나오는 끔찍한 범죄가 떠올랐습니다.

불행한 사건 속에 드러나지 않는 인간들의 심리를 아홉 편의 소설은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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