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래요? 라임 어린이 문학 27
진희 지음, 차상미 그림 / 라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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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래요?>는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예요.

주인공 여은이는 손을 높이 드는 게 정말로 어려워요.

저요! 하고 모두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하는 것도요.

그러면 선생님이랑 반 아이들이 나를 쳐다볼 테니까요.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를 쳐다보면 머릿속이 하얘져요.

얼굴도 빨개지고, 가슴은 또 어찌나 빨리 뛰는지 동동동동! 둥둥둥둥! 북소리가 마구 울려 대요.

입은 꼭 붙어서 아무말도 안 나오고요. 두 손은 저희끼리 꼼지락꼼지락.

여은이는 궁금해요, 나만 그래요?


사실 유난히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가 있어요. 그런데 어른들은 내성적인 성격이 뭔가 잘못된 것처럼 고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직도 학교 선생님들 중에는 발표를 잘 안하거나 목소리가 작으면 혼내는 분들이 계세요.

그러면 아이는 더 발표하기가 무섭고, 입을 뻥긋 떼기조차 어렵게 느끼게 돼요.


여은이는 학기 첫날 당번을 정하는데, 손을 드는 게 어려워서 마지막 남은 우유 당번이 됐어요.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개구쟁이 민기와 당번 짝이 되었어요.

월요일 아침, 여은이는 걱정이에요.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우유 당번이거든요. 당번이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민기 때문이에요. 반 아이들이랑 신나게 떠들며 노는 민기는 우유 당번 같은 건 까맣게 잊었나봐요. 민기에게 큰 소리로 말하고 싶지만 목소리가 작은 여은이는 "우유......"라고 말을 꺼냈다가 그냥 물러서고 말았어요.

시간이 없으니 혼자서라도 우유 상자를 가져오려고 뛰어 갔어요. 우유 상자가 있는 냉장고 앞에 도착했어요.

다른 반 우유 당번들은 사이좋게 짝을 지어 왔는데, 여은이만 혼자 들고 가려니 너무 무거웠어요. 어쩔 수 없이 우유 상자를 질질 끌고 가는데, 수업 시작종이 울렸어요.

이를 어쩌죠?

그때 누가 여은이에게 말을 걸었어요. 그 사람은 바로 학교 교장 선생님이었어요.

혼날까봐 잔뜩 주눅든 여은이에게 교장 선생님은 상냥하게 말을 걸어 주셨어요. 그리고 우유 상자를 번쩍 들어 반 교실까지 가져다 주셨어요.

"우유 배달입니다. 학생도요." 교장 선생님이 말했어요. 담임 선생님이 호호, 소리 내어 웃었어요.

여은이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싶었지만 입술이 딱 붙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담임 선생님은 우유 당번 짝 민기를 야단치셨어요. 수업 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이 교실에서 나가자마자, 민기가 여은이한테 따졌어요.

"야! 한여은! 넌, 왜 그러냐?"

민기는 여은이가 자신한테 말도 안하고 혼자 갔다면서 화를 냈어요. 지켜보던 아이들도 민기 편을 들었어요.

여은이도 화가 났어요.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민기를 향해, "너, 나빠!"라고 말했어요.

민기가 그 말을 들었을까요?  아마도 아닐 거예요. 민기는 벌써 복도로 나가 아이들이랑 신나게 뛰어놀고 있거든요.

에휴, 앞으로 남은 우유 당번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은이의 수줍은 마음을 이해하고 천천히 용기를 심어준 사람은 교장 선생님이에요.

"여은아, 세상에는 원래부터 무거운 창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단다.

어떤 창문은 무거워서 열 때마다 좀 힘이 들어."  (52p)


교장 선생님은 여은이의 마음을 창문에 비유하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은이 자신을 위해서 창문을 열어야 한다고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여은이와 창문 열기 약속을 했어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교장 선생님만의 특별한 주문까지 말해주셨어요.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여는 주문은 진짜 비밀이라서 가르쳐 줄 수 없어요.

어쨌든 그 특별한 주문 덕분에 여은이도 조금 더 크게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은 요만큼 열렸지만, 점점 더 많이 열릴 거예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특별한 주문을 배웠으니까 혼자 힘들어 하지 말고 꼭 주문을 외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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